젊은 의사 외면 끝에 결국 뉴질랜드의사협회 해체, “남일 아니다”

- ‘보수적·반동적’ 이미지로 회원 잃고 재정 악화 지속돼
- 젊은 의사 참여 안 늘리면 의협도 “남 일 아니다”

국내 의료계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뉴질랜드 의사협회(NZMA)가 공식적으로 해체한 것이다.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ew Zealand Doctor’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뉴질랜드 의사협회는 지난 7월 4일 임시총회를 열고 찬성 290표, 반대 41표로 해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36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뉴질랜드의사협회 이사회는 해체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주된 이유는 재정 악화로, 현재 뉴질랜드서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 1만 8,000명 중 의사협회에 가입된 회원은 2,000명 남짓이다. 'New Zealand Doctor'는 협회가 "보수적이고 의료 시스템 개혁에 반동적인 조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젊은 의사들에게 지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의사협회가 해체를 결정하면서 세계의사회(WMA)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의사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원 목록에는 아직 남아 있지만 여기 등록된 링크로 접속하면 'NZMA has gone away!(뉴질랜드의사협회는 없어졌습니다)'라는 문장만 뜬다.

소식을 접한 국내 의료계는 심란함과 우려심을 감추지 못했다. 멀리 바다 건너 '남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협 등 대부분 의료단체가 젊은 의사의 저조한 회비 납부와 회무 참여로 고민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지난 29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뉴질랜드의사회 해체 소식을 듣고 "남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에 인구 고령화로 대한민국 소멸 이야기가 나오는데 의협과 서울시의사회도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서울시의사회 재정을 봐도 주로 개원의로 구성된 분회는 회비 납부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전공의 회비 납부율은 계속 떨어진다"면서 "기성세대 참여에 비해 'MZ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 참여가 없는 것은 의료단체로서 한계이고 우려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그간 젊은 의사 목소리를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회무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회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세계 각국 경제가 힘들어지고 있고 개인주의가 강한 MZ세대 특성이 반영됐다고 해도 현재 의협과 서울시의사회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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