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의료진 손해배상 청구 유족 항소 기각
- 설명의무 위반 인정 1심 뒤집어... “위자료 줄 정도까지는 아니다”
의사의 침습행위로 환자가 사망하게 되거나, 치료법에 대한 환자 자기결정권 문제가 아니라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의 설명의무 위반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사망에 대한 의료진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항소심 재판에서 의료진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 할 수 없다며 유족 측에 항소를 기각했다.
사망한 환자 A씨는 지난 2017년 4월 B병원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받고, 의료진의 판단에 근거해 선행항암화요법을 실시하고, 5월 중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B병원에서 세 차례 시스플라틴(Cisplatin)을 활용한 선행항암화학요법을 받았지만 복부 CT검사에서 자궁경부 종양과 양쪽 골반 림프절이 더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복강경하 강범위 자궁절제술과 림프절제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상태가 악화되어 재입원했고, 그 이후 약 한 달만에 감염성 패혈증으로 숨졌다.
이에 유족은 B병원의 의료진 과실로 인해 A씨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자궁경부암 진단 즉시 자궁절제술 등을 실시하지 않고 선행항암화학요법을 권했고 치료 과정에서 경과 관찰을 위한 검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선행항암화학요법을 권하는 과정에서 증상과 치료법, 예후를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데 만연히 "수술 전에 받으면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하는 등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1,500만원을 배상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가 선행화학요법을 받을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선행항암화학요법을 권유하면서 다른 치료방법도 제시하고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진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진료 감정 결과 등을 봤을 때 "당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선택했고 경과 관찰과 처치도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어진 항소심 재판에선 의료진 과실은 물론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B병원 의료진이 설명을 진행한 부분과 환자 사망 사이에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 행위나 사망처럼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의사의 침습행위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거나 환자 자기결정권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위자료를 지급할 수준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료 기록 감정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선행항암화학요법으로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설령 의료진이 다른 치료법과 그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환자 사망이) 의료진의 침습행위 때문이 아니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유족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 판결을 취소하고 유족 측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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