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공공기관 정원 감축 의지에 공공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치료에 투입되어 코로나 팬데믹 속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며 ‘코로나 영웅’으로 평가 받던 간호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5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혁신계획안을 살펴보면, 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중증환자 대응 간호인력의 정원 126명 중 28명(22%)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간호인력 배치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중환자실과 준중증 병상에 필요한 최소 인원 98명만 남기겠다는 취지이다.
의료원은 공공기관 효율화 추진을 위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 8월 이러한 계획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세가 안정기에 접어들자마자 잠시 임시로 늘렸던 정원을 지체하지 않고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실제 투입되는 간호인력은 정원 126명에 크게 못 미치는 88명이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원을 늘렸으나 인건비와 처우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간호인력은 80명 정도밖에 안 돼 (인력 운용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원이 감축되면 추가 인력 충원은 요원해진다. 안수경 지부장은 “한시적이라도 정원을 늘려주면 (추가 인력 채용을 위한) 인건비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데, 정원 자체가 줄어든다는 건 마른 수건 쥐어짜듯 (인력을 운용)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원은 혁신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인 지난 7월 복지부에 간호직 24명을 비롯해 정규직 112명 증원을 요청했다.
전혜숙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2027년까지 중앙감염병병원을 건립해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필수·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고 국정과제 66번은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라며 “중앙의료원 혁신계획안은 (이러한 정책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공공기관 효율화 목적은 대국민 서비스 질과 양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추진 계획이 돼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의 또 다른 축인 국립대병원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증원된 간호사를 비롯해 인력 감축 계획을 세웠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국립대병원 공공기관 혁신 이행계획을 보면, 경북대병원(106명)·전북대병원(87명)·충북대병원(43명)·서울대병원(35명)·전남대병원(35명)·충남대병원(14명)·분당서울대병원(4명) 등이 코로나19 대응 인력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짐에 따라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코로나19 대응 경험이 있는 인력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새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환자가 갑자기 늘어나 (간호사가 부족해 다시 뽑을 경우) 경험 없는 인력을 중환자실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인력 부족은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2020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명)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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