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배치 현황을 허위로 신고해 가산금을 받았더라도 당국이 실질적으로 허가한 사안이라면, 환수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장기요양급여 비용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9년 보훈공단이 운영하는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가 인력을 허위 배치하고 요양급여 가산금을 수령했다면서 4억 9,239만원을 환수 처분했다.

요양기관이 필요인력을 추가배치하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인력추가배치 가산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요양원에서 신고한 조리원 일부 인원이 실제로는 급식 위탁업체 직원이거나 근무 기준에 미달한 인원으로 나타났다. 조리원으로 신고하고 회계 총괄업무를 수행하거나 아예 근무 이력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주간보호센터도 조리원으로 신고하고 사무 업무를 보거나 사회복지사로 신고한 인력이 운전원으로 근무한 사례가 적발됐다.

환수 처분을 받은 보훈공단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인력 배치 상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가산금 수령도 허가했다는 것이다. 당국의 허가를 믿고 운영해왔는데 뒤늦게 환수 조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보훈공단 손을 들어줬다. 법규 위반은 맞지만 당국이 허가한 사안을 문제 삼아 환수 처분에 나선 것은 신뢰 보호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은 위탁 조리원을 배치하고 인력추가배치 가산금을 수령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 경우에도 조리원 인력추가배치 가산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면서 "보훈공단은 이를 정당하다고 신뢰해 가산금을 받아왔다. 이를 다시 환수하는 것은 보훈공단이 가진 신뢰 이익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훈공단은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가유공자 등의 진료와 복지 증진 기여가 목적인 특수성이 있고 처분받은 요양원은 양질의 급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서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종사자에 한해서만 가산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처분으로 가산금을 환수해서 얻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라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신뢰 이익은 지나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이 내린 처분은 규정 위반 부분과 재량권 일탈·남용에 따른 위법 사안이 혼재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적법하게 환수할 정당한 금액 산출이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해당 처분을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건보공단이 내린 요양급여 환수 처분은 취소하도록 했다. 건보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