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 ‘섬보의’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은 매우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 근무를 인정받는 경우는 10%정도에 불과했으며, 연가 사용이 제한된 경험도 다른 육지 지역보다 최대 4.5배 더 많았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11일 도서 지역 공보의 근무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정부와 국회, 관련 지자체들에 적극적인 처우개선과 도서 지역 의료 인프라 지원을 요구했다. 지난 8월 25일부터 14일간 진행한 이번 실태조사는 도서 지역 공보의 93명 중에서 52명이 참여했다. 전체 의과 공보의 1,732명 가운데 도서 지역 근무자 비중은 5.37%이다.

이들이 근무하는 도서 지역 의료기관은 대부분 의과 공보의 2~3명으로 상시 운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초과 근무는 물론 야간 당직 근무(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나 휴일 근무를 요구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의과 공보의들은 치과나 한의과 등 다른 직군보다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고 느꼈다.

야간이나 휴일 진료에 대한 압박감도 컸다. 상시로 야간·휴일 진료를 하는 공보의 46명 중 45.7%가 평시 업무 대비 긴장도가 '매우 높다' 또는 '높다'고 대답했다. 도서 지역은 임상 경험이 적은 1년차 공보의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응급 상황 관리를 위한 교육 시스템은 부재했다. 지역 특성상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자문이나 지원이 어려워 공보의 1명이 응급처치부터 지원 요청, 전원까지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원도 부족하지만 근무 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도서 지역 공보의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214.8시간에 달하지만 실제 인정된 초과근무시간은 21.3시간으로 10분의 1 수준이었다.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초과근무시간 인정에 상한선을 두고 적정 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업무의 경우 정해진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공보의가 26.9%나 됐다.

도서 지역에 근무할 경우 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못했다. 대조군으로 조사에 참여한 다른 지역 공보의 130명과 비교했을 때, 도서 지역 공보의는 연가 제한 경험이 2.04배, 병가 제한은 4.49배 더 많았다. 학술대회 참가를 위한 공가 제한 경험도 2.58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 신정환 회장은 "해마다 의과 공보의 정원은 감소하고 있는데 도서 지역 의료인력 확보와 의료시설 기능 재편을 위한 정책은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40년 동안 그대로였던 도서 지역 의료기관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섬을 지키는 등대처럼 지역사회 건강을 책임지는 공보의들이 '1년짜리 소모품'이 아니라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대공협도 도서 지역 의료기관의 미래를 위해 보건복지부, 해당 지자체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의사협회도 지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협 젊은의사TF 이정근 위원장은 "도서 벽지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공보의들이 어렵게 근무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처우 개선 없이 공공의료 확대나 공공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