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암 진단 4개월이나 늦은 병원, 과실 없어” 왜?

- 청주지법, 환자 사망 과실 손해배상 청구 기각
- “오진했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적 책임 못 물어”

의사가 당시 의료의 수준에 걸맞게 진료했다면, 오진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방법원은 최근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병원에 손해배상을 제기한 유족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목에 통증을 느껴 B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경부심부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이 병원에서 염증제거수술을 받고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했지만, 이후 외래 진료 과정에서 통증을 반복적으로 호소해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편팡상피세포암 4기 진단을 받았다. A씨가 처음 B병원을 내원한 후 암 진단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

A씨는 B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2019년 1월 하인두암으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B병원 의료진이 수개월간 A씨 증상을 단순 염증 증세로 오진해 진단과 치료를 한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안 진단과 치료가 4개월 후에 이뤄졌더라도 당시 의료 수준에서 의료진이 적절하게 진료했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환자 A씨가 처음 내원 했을 당시, 흉부 X선 검사와 경부 CT검사, 혈액검사를 실시했는데, 진료기록감정 의견에 따르면 CT 판독 소견만으로 농양과 암 감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진료기록감정의 2명 모두 당시 환자의 증상과 검사 소견을 종합했을 때 적절한 판단과 치료가 시행됐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후 A씨가 받은 진료 과정도 일반적인 의료 경과에 따라 진행됐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의사는 환자를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해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한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의사가 오진했다고 곧바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B병원 담당의사 등 의료진이 진단과 치료에서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해 오진하고 잘못된 치료를 했다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병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유족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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