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전문의 비상근에도 ‘전문의 판독가산료’ 청구, 업무정지 적법”

- 현지조사 당시 작성한 사실 확인서에는 비상근 취지로 작성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비상근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전문의 판독 가산료 등을 청구한 병원에 대해 업무 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 2~3일 출근에 그친 전문의를 사회 통념상 시간제 또는 격일제, 기간제 의사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A씨와 B씨는 강원도 소재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12월쯤 이 사건 병원의 요양급여비용에 관해 현지확인을 실시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영상의학과 전문의 E씨가 2012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주 2~3일 근무하여 실제로는 비상근 또는 비전속으로 근무했음에도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 가산료, FULL PACS 처리비용 및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 설치·운영 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복지부는 조사대상기간을 2013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2016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31개월로 정해 이 사건 병원의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에 관한 사항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복지부는 2019년 1월 A, B씨가 지자체에 의료급여비용 920여만원을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사유로 부당금액 3배에 달하는 2700여만원의 의료급여기관 과징금부과처분을 했다.

A, B씨가 위반했다는 사항은 특수의료장비 운영기준 위반청구(부당금액 660여만원)와 방사선단순영상진단료 부당청구(부당금액 250여만원) 등이다.

의료법 제38조 제1항, 의료법 시행규칙 및 구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2019년 1월10일 보건복지부령 제6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수의료장비규칙’이라 한다) 제3조 설치인정기준에 따라 전속이란 1개의 의료기관에서 주 4일 동안 32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 운용인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전속 1명 이상을 두어야 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 평가, 임상영상 판독업무를 수행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E씨가 주 2~3회 비전속으로 근무하였음에도 상근인력으로 신고하고 자기공명영상진단료 등을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복지부는 또 이 사건 병원이 건보공단에도 구 특수의료장비 운영기준 위반청구로 9400여만원, 방사선단순영상진단료 부당청구로 6800여만원을 부당하게 처분했다며 요양기관 업무정부처분에 갈음하는 6억 4900여만원의 요양기관 과징금부과처분을 내렸다.

지자체장은 같은해 2월 A, B씨에게 의료급여법 제23조에 따라 920여만원을 환수처분했고, 건보공단은 그 해 4월 같은 사유로 1억 62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했다.

A, B씨는 이에 각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그 해 10월 이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0년 9월 각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이 특수의료장비규칙의 설치인정기준 중 운용인력기준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등록되고 품질관리 적합판정을 받은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를 활용해 의료영상을 촬영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영상판독을 거친 다음 이에 대한 영상진단료를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것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복지부는 2021년 해당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적법하다고 판단된 방사선단순영상진단료 부당청구 부분만을 처분사유로 해 이 사건 병원에 30일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은 역시 같은 사유에 관해 92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A, B씨는 이 처분도 무효를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E씨는 이 사건 각 처분 대상 기간 내내 주 2~3회만 근무한 것이 아니고, 주 2~3회 근무 시에도 출근한 날은 근무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상근에 해당한다”라며 “또한 '상근'의 의미는 사회통념상 시간제 또는 격일제·기간제 의사와 구별될 정도의 근무를 수행하는 의사를 의미하고 항상성·규칙성에 핵심이 있는 개념이지 최소근무시간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의 특성, E씨의 실제 업무 내용 및 업무 강도 등에 비춰 E씨는 이 사건 병원에 상근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사 이상훈)는 “(A, B씨가 작성한 현지조사 사실확인서에 따르면)E씨는 이 사건 병원에 매주 2~3일 출근해 근무했다고 보이므로, E씨가 출근한 날에 8시간을 근무했더라도, 그의 주당 근무 시간은 16~24시간에 불과해 사회통념상 시간제 또는 격일제, 기간제 의사와 구별될 정도의 근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근이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는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함 또는 그런 근무'를 가리키고, 시간제 근무나 격일제 근무, 일시적인 근무 또는 필요에 딸 근무조건이 변하는 탄력적인 근무 등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며, 이러한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라 근로시간, 유급 휴가제, 고용버험의 가입 여부 등 법적 규제에 차이가 발생한다”라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은 이 사건 현지확인 및 현지조사 과정에서 'E씨가 이 사건 병원에 상근하지 않고 주 2~3회 근무했다'는 취지의 각 사실확인서를 작성했고, 원고들이 이전 소송에서 E씨가 이 사건 병원에 상근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E씨가 이 사건 병원에 상근했다고 볼수 없다고 판단한 이전 재판 판결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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