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에 ‘보험사기’ 만연한 보험사...대개협 “악순환 끊는다”

- 대개협, 실손보험사에 법적 조치 등 강력한 대응 예고
- “진료 훼손하고 국민 피해 키워... 당국도 관리 강화해야”
- 의료자문 전담 기구 신설 제안... 시민단체와도 협력

단골 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A씨는 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보험사에 자필 ‘동의서’를 제출했다. 보험금 수령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는 말 때문이었다. 실손보험사는 A씨가 제출한 서류를 앞세워 의료자문을 받고, 의원에 부당진료 여부를 캐물었다. 이와 동시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도 제기했다. 사정을 안 A씨가 “이러려고 쓴 동의서가 아니다”라며 보험사에 항의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또 다른 보험사는 환자가 수술실에서 의료행위를 받지 않았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수술실로 등록된 공간에서 진행한 처치 및 수술만 ‘인정’하겠다는 논리였다. 병원 측이 제기한 “국민건강보험법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는 지적에도 보험사는 끄덕하지 않았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며 보험사 직원이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두 사례 모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운영하는 실손의료보험대책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이다. 한두 건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환자는 계약된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의사는 졸지에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대개협 설명이다.

대개협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진행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사례를 공개하고 일부 실손보험사의 비윤리적 행태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실손보험사에 "의학적·법률적 근거 없이 의료기관을 겁박하고 보험금 지급을 줄여 폭리를 취하는 몰상식한 행태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개협은 실손호범대책위에 접수되는 피해 사례별로 맞춤 지원을 제공하고, 금융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제소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중대 사안은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로도 결의했다.

금융당국에 적극적인 관리감독도 요구했다. 국민의 불편과 손해가 갈수록 커지고 진료 현장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으로서 의사의 판단을 무시하고 보험사 입맛에 따라 의료행위를 재단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동석 회장은 "법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의 표본이다. 당국은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면서 "몰지각한 일부 보험사 주장에 의사의 전문적인 노력이 훼손되고 보험 가입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보험사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과잉진료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 행태야말로 '보험사기'라는 주장이다.

이태연 부회장(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은 "의사가 환자에게 '실손보험에 가입했느냐'고 묻는 것까지 문제 삼는데 환자가 보험에 지불한 비용만큼 치료를 잘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왜 보험사기가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를 자꾸 문제 삼으면 결국 보험 가입 환자 진료를 위축시킨다.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재벌 보험사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 악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정당한 진료를 하고도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고소·고발당하고 환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험사 요구에 응하고 있다"면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한다. 대개협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심사 과정에 의료계가 참여하는 전담 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현재는 의료 자문의 소속 의료기관과 전문과, 자문건수만 고시해 보험사 의향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동석 회장은 "과거 보험사가 의견 조회를 특정 의사에게만 의뢰해 문제가 됐다. 의료감정을 독립적인 기관이 담당하듯이 보험도 어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기관을 통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면서 편향되지 않은 의견이 제출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뢰자의 의향을 헤아려 그에 부합하는 의견을 내는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구 설립을 제안한다"고 했다.

아울러 직접 피해자인 환자 보호를 위해 환자단체 등 시민단체와 협력도 강화한다. 문제의식을 공유한 시민단체들과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에도 착수했다.

김 회장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회장에게 우리 실손보험대책위 참석을 권했고 위원회 참석은 물론 토론회 등 공식 석상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겠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시민단체들도 실손보험사 행태에 문제의식을 가진 곳이 많다. 이런 시민단체와 연계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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