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 과실치사·의료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
- “주의의무 게을리해 피해자를 제때 상급 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사망”
성형외과 전문의가 의사가 아닌 행정 직원을 참여시키고 지방 흡입 수술을 하던 중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 받았다. 수술 중 뇌손상으로 의식을 잃었던 30대 여성 피해자는 결국 5개월 만에 사망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김인택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고, 진료기록 부실기재로 인한 의료법 위반은 무죄로 봤다.
A씨는 지난 2020년 3월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30대 여성에게 지방흡입 및 이식 수술을 하다 업무상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12시 36분부터 피해자 B(31)씨를 상대로 허벅지와 옆구리 등 부위에 축적된 지방을 흡입한 뒤 이를 골반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A씨는 B씨가 깊은 수면마취 상태가 되도록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수술을 진행하던 중 오후 2시 37분쯤 휴식과 용변 등 용무로 행정직원을 혼자 남겨 놓고 자리를 약 12분간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8분이 지난 오후 2시 45분쯤 간호 조무사가 B씨의 산소 포화도 저하를 발견해 흉부 압박을 실시, 호흡을 회복시켰다. 이후 또 다시 B씨의 상태가 불안정해졌지만 흉부 압박 후 다시 수술을 재개하려 했고 피해자가 눈을 깜빡이자 뇌 손상 등 다른 검사 없이 의식이 회복됐다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B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당일 오후 8시 43분쯤에 이르러서야 인근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B씨는 치료를 받다가 5개월 후 저산소성 뇌 손상에 기한 기도 연축으로 사망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임에도 성형외과 전문의로 홍보해왔다.
재판부는 "A씨는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환자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독립된 의료인 없이 간호조무사도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일반 행정직원을 참여시켜 수술을 진행했으며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가능성이 높음에도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를 하지 않던 중 수술을 재개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주된 과실은 피해자를 제때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피해자가 도중에 자발호흡을 회복하고 활력징후를 보이는 등 A씨로서는 프로포폴 투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시적인 호흡부전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기존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하라는 권고에 응하지 않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민사소송 절차에서 유족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분쟁을 종결했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의 진료기록부 부실 기재로 인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사건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기재하지 않은 것이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함께 기소된 간호조무사와 행정 직원의 의료법 위반 혐의도 같이 무죄로 판시했다. 행정직원의 수술실 참여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행위 등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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