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공단, 식기 뚜껑 없는 자율배식 지적에서 '의사 처방' 트집으로
- 법원 "뷔페식 제공했다고 해서 요양급여기준 미달·초과로 보기 어려워"
암 병동 환자들에게 뷔페식 식사를 제공했던 병원이 행정당국으로부터 수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나, 해당 처분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인천에 위치한 A병원의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해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A병원이 환자들이게 일반식 및 치료식을 자율배식(뷔페식)으로 제공해 식대를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식품위생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식사 제공방법은 음식물을 담은 용기가 뚜껑으로 덮여 있어야 하며, 보온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야채·과일 등의 추가배식이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의료법 시행규칙의 위법성이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A병원은 복지부로부터 8억 7000여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공단 역시 A병원에 3억 3000여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A병원 측은 관련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병원 측은 복지부가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이 사건의 처분사유와는 별개로 ‘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처분 사유를 추가한 것에 있어 처분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른 처분 사유의 추가 및 변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A병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의사가 입원환자 식사에 대하여 적정한 처방을 하고, 그 중 일반식을 제공받은 특정 환자의 추가배식에 한하여 자율배식으로 제공한 것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환자가 조금 더 먹는다고 하여 애초부터 이것이 의사의 처방에 의한 식사가 아니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처분 사유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또 복지부가 암환자이면서도 신체기능저하군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부당청구명단을 작성하여, 이를 기초로 부당금액을 산정했다고 하는 것은 병실배식을 하였던 환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A병원 측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복지부 등이 부과한 과징금을 모두 취소했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현지조사 당시 실제로는 6층 식당의 이용현황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A병원 직원의 '거동이 가능한 6층 입원한 암한자의 경우 유동식은 먹지 않으며 일반식 및 치료식, 죽으로 식사 하는데 6층에서 근무한 영양사 및 조리사, 조리원이 음식을 뚜껑이 있는 용기에 담아 놓으면 환자들이 식판 위에 가져가 식당에서 식사. 더 먹고 싶은 음식은 조리사 및 조리원이 그릇에 담아 환자에게 줌'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토대로 일반식 뿐 아니라 치료식도 자율배식의 범위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관련 내용을 보면 치료식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6층 식당에서 치료식으로 식사를 하고 추가로 과일과 야채를 배식받아 식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치료식 부분에 관한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은 A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일반식을 제공한 뒤, 추가로 과일과 야채를 자율배식으로 제공한 것이 영양불균형 등을 초래함을 이유로 의사처방에 의하지 않고 식사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할 뿐, 의사처방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데, 이 사건 병원의 식사제공 행위 중 어떤 부분이 의사처방에 의하지 않았다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주장·입증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제17장 2, 기본식사 가, 일반식 1항에 따르면, 일반식은 일반 상식(常食), 일반 연식, 일반 유동식 등에 해당된다. 모두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을 기본으로 하며 1식당 4찬 이상(밥, 국 제외)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항에선 '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반 상식에 해당하는 일품요리는 찬수를, 일반연식 및 일반유동식은 한국인 영양섭취기준 및 찬수를 예외로 할 수 있음'이라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A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위 규정에 부합하는 일반식을 제공한 뒤 추가로 과일과 야채를 자율배식으로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의사처방에 의해 식사를 제공한 경우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고, 이를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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