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등이 아닌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을 금지하는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24일 헌법재판소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종국 결과를 공개하며 이 같이 결정했다.

해당 소원은 의사 등 의료인이 아닐 경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한 2020년 3월 3일 개정 이전의 의료법 조항에 관한 내용이다. 이 조항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에 해당하는 자격이 없을 경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조항이 금지하는 의료기관의 개설 행위는 의료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충원 및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함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행위가 의료기관의 개설에 해당하는지는 통상적 법률 해석의 문제이기에 이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조항은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법안으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실태, 보건의료 서비스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비의료인이나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헌재는 개정 이전의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전문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날 헌재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토록 하고, 해당 요양기관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인 경우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해 징수금을 납부하게 한 국민건강보험법 조항들에 관한 위헌소원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과 실효성, 부당이득 금액의 ‘일부’ 징수 가능성, 건보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공익의 중대성 등을 종합할 때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실질적 개설‧운영자에게도 불법 의료기관의 외관을 형성한 책임을 부담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