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정 중단했지만 6개월 뒤 재심의, “재정부담, 무면허의료행위 우려”
- 밥그릇 싸움 프레임 경계해야... “국민이 진짜 문제 놓친다”
한방물리요법의 급여화가 잠정 보류됐지만 6개월 뒤 재논의가 확정되면서 의료계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을 경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방의료행위 전문평가위원회에서 5개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급여화가 논의됐다. 당장은 의과계 반발에 무산됐지만 6개월 뒤 재논의하기로 결정되면서 이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당장은 논의가 무산됐지만, 한의계는 한방물리요법 급여화를 계속해서 주장할 것이다. 이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며 "일단 급여화 되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이로 인해 무면허의료행위가 시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방물리요법은 특정 직역만 시행할 수 있지만, 의료계에서 이를 감독할 권한이 없다 보니 지금도 간호조무사를 통해 시행하는 등 위법적인 정황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여화로 환자가 늘어나면 국민 건강에 위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 역시 한방물리요법 급여화를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의과 의료기기를 타 직역이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전국 시도의사회와 산하단체들도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관련 현안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한방물리요법에 사용되는 장비는 현대의학의 원리에 기반해 만들어진 의료기기다. 이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의사가 침을 놓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각자의 교육체계가 달라 한의사가 정확한 의료기기 사용법을 숙지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한의계가 급여화를 주장하는 것들은 이미 의과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치료다. 더욱이 타 직역이 의과 의료기기로 이를 시행하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라며 "정부가 이를 인정해 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 본 협회는 한방물리요법 급여화를 절대 납득할 수 없고 매우 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여러 정부 부처에 이 같은 의과계 입장을 적극 피력하는 등 실무 중심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의계가 한방물리요법 급여화 근거로 적은 비용 부담과 높은 국민 요구를 들고 있어, 자칫 관련 논쟁이 밥그릇 싸움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필수의료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적은 비용이라고 해도 한방물리요법 급여화에 재정을 투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또 한방물리요법 급여화 관련 재정 추계가 심평원 5000억 원, 한의계 250억 원으로 20배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급여화를 촉구하려면 이론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한의계는 관련 요법을 진행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근거 제시 없이 어느 쪽의 건보 비중이 적다거나 환자가 원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는 실무 차원에서 정부·정치권과 이론적으로 접근할 문제다. 공론화를 통해 직역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 국민이 실질적인 문제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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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