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면허·전문의 자격 모두 취득한 전문가에게 다시 시험, 말이 안 돼”
- 이윤규 정책이사 “전공 다른 위원회 구성 자체가 태생적인 문제”
오는 23년 1월 15일부터 적용되는 수면다원검사 청구자격을 제한하는 시험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시험은 지난 11월 17일 ‘수면다원검사정도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미 의사면허와 전문의 자격을 모두 취득한 전문의들에게 추가적인 시험을 통과해야만 수면다원화검사 청구자격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위원회의 구성 문제를 비롯해 교육 이수증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심사비의 가격도 문제로 제기됐다.
2018년 6월 국내 수면다원검사의 보험급여가 시행됨과 동시에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임을 받은 공식적인 위원회로 발족했다. 위원회는 관련 전문학회 위원들로 구성돼 수면장애의 진단평가 및 치료를 위한 수면다원검사 시행의 정도관리 방안에 관한 제반 규정과 교육 훈련 과정을 만든다.
문제는 위원회가 인증한 자격기준을 갖춘 전문의가 시행한 경우(검사결과 해석 및 판독 등 포함)에만 급여청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위원회가 요양급여비용 청구자격을 갖추기 위한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험의 당락에 따라서 의료인의 진료행위 및 요양급여비용청구자격 자체를 박탈한다면 이는 위원회에 위임된 업무권한을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라며 “특히 위원회는 시험을 통과한 경우에만 교육이수자 자격을 취득하도록 위원회 규정(정도관리 운영규정 제7조 3호)으로 정하고 있는데, 의사면허와 전문의 자격 모두를 취득한 전문가에게 다시 시험을 통해서 교육을 이수한 자로 수면다원검사 처방 자격을 제한하고자 한다면 이는 복지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밖의 일이며, 의료인의 기본권(직업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써 위헌 및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올해 첫번째 수면다원검사 교육이수증 발급 당시에도 위원회에서 최종시험을 통해 발급하려 했으나, 위원회 내의 일부 위원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코로나19로 한창 보건의료현장이 바쁠 때 일선에서 근무하는 수백명의 의사들을 모아 놓고 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자칫하다가 의료진의 집단 감염으로 이어져 의료현장을 마비시키는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비인후과와 내과 위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라며 “현장 의료를 모르는 일부 위원들이 자기들의 세력 과시만을 도모하다가 반대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다섯개 과(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이비인후과)에서 각 3인씩 차출하여 총 15명을 이루게 돼 있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위원회 회칙상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각 과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불면증이나 뇌파 판독의 자격을 평가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 이비인후과의사회의 주장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시험의 정당성과 투명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며 “복지부가 위원회 시험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15명으로 운영되는 위원회가 과연 전문의 시험에 준하는 시험을 시행할 능력이 있는가”라며 “일선 전문가들은 시행 경험이 없는 위원회가 전문의 시험에 준한 보안 사항 준수 및 원활한 평가 진행은 불가능할 것이라 지적한다”고 전했다.
시험문제 유출이라든지 출제 오류 및 합격점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면 위원회 뿐만이 아니라 권한을 위임한 복지부에게도 책임 전가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과도한 교육비 및 자격 심사비 요구 등도 큰 문제 중 하나”라며 “현재 교육이수증을 따기 위해서 위원회에 납부해야 할 금액은 수십만원에 달한다”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윤규 이비인후과의사회 정책이사(수면정도관리위원회 위원)는 “제일 큰 문제는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는 위원회 구성에 있는 태생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며 “신경과·정신과·소아과와 내과·이비인후과는 코골이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보고 배운것도 다르고 관점도 다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모든 안건이 9표 대 6표로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의 의견이 철저히 묻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사는 “코골이 환자 90%는 이비인후과에서 보고 있는데 관리규정은 신경과나 정신병에 준해서 만들어 진 것이 문제”라며 “아예 없어도 되는 시험이 생긴 것도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위원장의 보고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직접 회의를 참관해서 내과·이비인후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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