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급여 진료 후 이중청구 의사 업무정지 처분, 위법”

- 원고 “피부과 특성상 급여‧비급여 혼재할 수 있다” 주장
- 법원 “원고 실수 맞지만 정상진료까지 확대해 처분은 부당” 판결

환자들에게 미용 목적인 비급여 진료를 실시한 후 진료비를 청구했음에도 요양급여비용을 이중청구한 피부과 의사에게 내려진 업무정지 59일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정상적인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례까지 부당청구로 간주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피부과의원을 운영하는 전문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와 관련된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에 대한 제보를 받아 2017년 11월 현지확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A씨가 환자들에게 미용 목적의 비급여 진료를 실시한 후 진료비를 징수했음에도 이에 수반되는 진찰이나 처치, 검사 등에 대한 진료비 263만원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이중 청구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8년 9월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증상 및 치료내역, 급여․비급여 수납비용 등을 확인한 결과, A씨가 총 2201만원 상당의 진료비를 부당청구했다고 보고 59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약제청구비를 제외한 1,577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했다.

하지만 A씨는 "피부과 의원 특성상 비급여 대상과 급여 대상 진료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관련법에 따르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를 비급여대상으로 보고 그 지장 유무는 의사 소견이 중요하다”며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비급여 처리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령 비급여대상 질환에 대해 요양급여청구를 했더라도 법령해석 차이로 인한 것인데 처분기준의 상한을 적용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용 목적의 피부관리 등과 같은 비급여대상 진료와 함께 이뤄지는 진찰‧검사‧처치 등은 외형상 급여대상 진료 항목이더라도 특별한 의료적 목적에서 별도로 이뤄졌다고 볼 사정이 없으면 비급여대상 진료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또한 법원은 “환자 주된 증상이나 진단결과, 진료경과, 치료 내용 등이 상세히 기록되지 않아 비급여 진료와 별도의 이유로 검사, 처방 등을 진행했음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외형상 요양급여대상 진료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행위를 했더라도 이는 비급여대상 진료에 부수해 이뤄지는 단순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비급여대상 진료와 구분되는 독립적인 요양급여대상 진료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료기록부 상 의료적 목적에서 급여진료를 받은 환자까지 처분 범위에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아 전체 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부당청구 목록의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미용 목적으로 비급여대상 시술을 받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별개 통증이나 불편함을 호소해 요양급여대상 진료가 이뤄진 경우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진료기록부상 환자가 요양급여대상 진료를 받은 내용이 비급여대상 진료와 별개로 기록돼 있고, 특별한 의료 목적에서 별도로 이뤄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포함했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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