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업의원 봉직의, 폐업 다음날 같은 상호로 의원 개설해 운영
- 이전 의원 전화번호·의료기기·진료기록부 등 그대로 이용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거부한 후 폐업한 의원을 인수해 같은 자리에 같은 이름으로 개설해 운영한 의원이 폐업 의원에 내려진 업무정지처분 절차를 승계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B조합은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 25일까지 대구에서 B조합 E의원을 운영해온 법인이다. A씨는 같은 기간 E의원에서 상근 봉직의사로 근무해왔으며 2019년 6월 26일부터 같은 장소에 개설된 D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을 개설해 운영해 온 의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4월 국민건강보험법 제96조 제1항에 의거해 E의원의 2017년 1월쯤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12개월 진료분의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의 제반사항에 대한 현지확인을 실시해 실제 진료하지 않은 수진자의 요양급여비용 등의 거짓청구를 확인했고, 보건복지부에 이 사건 조합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복지부는 2018년 12월 13일 이 사건 조합의원에 대한 현지조사(이하 '이 사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이 사건 조합이 2018년 12월 14일 이 사건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B조합에 대해 ▼2019년 6월 13일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1년의 요양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2019년 6월 10일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각 사전통지를 했다.
복지부는 B조합이 E의원을 폐업하고 A씨가 같은 자리에서 이 사건 의원을 개설·운영하자, A씨가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절차가 진행 중인 E의원을 양수하여 이 사건 의원을 개설·운영했다고 보아 이 사건 의원 개설자인 A씨에 대해 2021년 2월 4일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3항에 따라 1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하 이 사건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2021년 4월 7일 의료급여법 제28조 제6항에 따라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이하 이 사건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이라 하고, 이 사건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과 함께 '이 사건 각 처분')을 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이 사건 의원을 개설할 당시에는 E의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폐업한 E의원에 대한 각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또 A씨는 B조합이 E의원을 폐업한 후 이 사건 의원을 신규로 개설했을 뿐, 양수한 것이 아니므로 양수인 신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양수인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A씨는 그 양수 당시 E의원에 대한 처분 또는 위반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제재사유의 승계가 제한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법원에서 확보한 인정사실에 따르면 B조합의 대표 C씨는 2019년 6월쯤 복지부로부터 E의원에 대한 각 업무정지처분의 사전통지서를 송달받았고, 2019년 6월 25일 E의원에 있던 모든 기재자(의료장비포함), 진료기록부 및 사전통지서를 포함한 서류 등 일체를 폐기하지 아니한 채 E의원을 폐업했다.
A씨는 다음날 E의원이 개설됐던 주소지에 같은 상호의 이 사건 의원을 개설했고, 이 사건 의원은 E의원이 사용했던 전화번호, 의료기기와 진료기록부 등 자료를 그대로 이용했다. A씨는 C씨로부터 골밀도검사기, 적외선조사기, 초음파치료기, 저주파자극기 등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양수했고, 해당 장소에 대한 권리금도 C씨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C씨는 2020년 7월 1일부터 이 사건 의원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C씨가 이 사건 의원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인 2019년 9월 9일 작성된 요양급여비용청구서의 작성자도 C씨 명의로 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처분은 E의원에 대해 내려진 것이 아니라, E의원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의 절차가 진행 중인 때 E의원을 양수한 A씨에 대해 그 업무정지 처분의 절차를 계속 진행하여 A씨가 개설자로 있는 이 사건 의원에 대해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각 업무정지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이미 폐업한 E의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이어서 위법하다는 취지의 A씨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앞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의원은 E의원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으로써 A씨는 E의원의 양수인이라고 인정된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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