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쇼크 환자 도왔다 4년째 소송 중... 응급상황 안전장피 필요성

- 응급처치 했다가 법적 소송 휘말리는 경우 多
- “응급상황 대처하도록 법적으로 안전장치 마련돼야”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뒤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킨 환자를 구하기 위해 응급처치를 했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9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려 4년동안 법정 다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이 났지만 유족 측이 항소하면서 2심이 진행중에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10·29 참사 당시 이태원으로 출동했던 재난의료지원팀(DMAT) 소속 의료인들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경찰 조사를 받은 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잘못 대답했다가 매뉴얼에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 받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고 토로했었다.

의료계는 의료 현장에서 비슷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적 보호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응급처치 중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도 응급처치로 인한 상해에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만 사망한 경우 형사책임은 면제가 아닌 감면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김상범 교수는 의사에게는 진료 거부권이 없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안전장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발행된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병원 밖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한된 의료자원 환경에서 의사가 적극적으로 응급처치를 취했을 경우 응급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가 져야 할 책임의 범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의 응급의료와 처치를 했지만 결국 사망했다면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게 아니라 감면된다”며 “운 좋게 환자가 살았어도 상해 상태가 생기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응급의료종사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8년 5월 발생한 봉침 환자 사망사건을 거론하며 “재판 과정에서 가정의학과 의사가 감내해야 했을 온갖 고충과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의사에게 돌아오는 서늘한 소송, 그리고 유가족이 형사소송을 했을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출동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응급의료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즉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의사에게 주어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와 주의 의무를 다해도 고귀한 생명을 보존하기가 쉽지 않은 중증응급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 대해 중대 과실을 수사하는 현실은 생명은 고귀하게 여기되 생명을 소중히 진료하는 의료진은 박대하는 인지부조화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이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의료진을 위한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만이 다재난 시대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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