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보건의료데이터법’ 추진에 “국가적 재난사태 초래할 것” 반발

- 의료계 협의 없이 입법 시도... 보건의약 5개 단체 ‘연대’ 반발
- “보건의료기관에 의료데이터주체 지위·권리 보장해야”

정부·정치권이 보건의료정보를 전자화하여 활용하기 위해 보건의료데이터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입장은 전혀 피력하지 않아 반발이 커지고 있다.



26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 5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보건의료기관에 의료데이터주체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국회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연구 활성화 및 개인의료데이터 전송요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디지털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입법이 시도되는 것에 대한 성명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달 23일 보건의료데이터 관련 서비스는 의약 단체들과 협의 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보건의료제도는 경제적·상업적 관점이 아니라 국민 안전·건강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결국 보건의약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해당 법안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건의료데이터 그 어떤 정보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기술의 적용에 있어 의료가 산업에 침해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함에도, 복지부는 의료데이터를 제3자 전송요구권의 대상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진단명·치료이력 등 민감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유전 정보 및 생활 관련 정보까지 보건의료기관의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 단체는 "의료정보는 가장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민감정보다. 이를 해킹 등에 취약한 전자적 형태로 보건의료기관의 동의를 받지 않고 민간 기업에게 전송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는 법안 제정에서 보건의약계에서 심도 깊게 논의됐던 보건의료데이터 안전 활용 방안을 제대로 반영하고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이 의료법·생명윤리법·개인정보보호법·저작권법·데이터산업법 등의 타법과 배치하는 부분이 있어 제정 시 국가 행정적인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보건의료기관에 의료데이터주체로서 지위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기관은 의료데이터를 직접 생산·가공하며 관리 및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방적인 본인 전송요구권 및 제3자 전송요구권에 대한 합당한 거부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데이터 제3자 전송요구권은 보건의료기관에만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집중된 의료데이터가 대량으로 유출될 경우 국가적 재난사태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전송요구권 대상 정보를 개인이 보건의료기관에 제공한 정보로만 한정하고, 보건의료데이터정책심의위원회·디지털헬스케어정책심의위원회 등 국가데이터정책 의료분야전문위원회에 보건의료기관 및 종별 대표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공공적 가치보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진흥이 강조되는 입법 및 제도화 추진은 국민건강과 개인정보 보호에 심각한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상기 법률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보건의료데이터 생성자의 권리보장, 적정 가치평가 및 개인정보보호를 담보하고 국민건강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 사항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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