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문 통해 사과 후 1월 중 재개 입장 밝혀... “상급병원·권역센터 지정 불이익 우려”
- 경영진, 공무원 연락 받고 대책회의... 의료계 “복지부, 양아치와 다를 것 없어”
보건당국이 소아 병동 입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길병원에 재가동을 요청하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를 비롯하여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운영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길병원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재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입원이 잠정 중단되었지만 내년 1월 중으로 입원이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길병원은 “믿고 사랑해주시는 환자와 보호자분들게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및 외래진료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2월 말까지 소아 입원 병실 운영 중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번복을 내린 이유에는 보건 당국의 압력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길병원의 소아 입원 병실 중단이 공론화 된 후, 보건복지부가 나서 길병원 경영진에게 조속한 시일 내로 소아 병동 재가동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소아 병실 운영이 중단될 경우 상급종합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지정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길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자격 유지를 위한 복지부의 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었다. 또, 복지부 지정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 외상센터를 운영하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인천권 응급환자들과 외상환자들을 전담하고 있었다.
길병원 보직 교수는 "경영진이 얼마 전 열린 대책회의에서 소아 병실을 빠른 시일 내 재운영해야 한다고 알렸다. 병실 운영 중단이 지속될 경우 복지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이 복지부 공무원 누구와 얘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지만 상급종합병원과 권역센터 지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상급종합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탈락하면 경영 손실이 막대하다"고 우려했다.
다른 보직 교수는 "경영진이 복지부 연락을 받고 힘들어했다. 소아청소년과 교수들과 경영진이 고민 끝에 2월말 전문의 채용까지 병실 잠정 운영 중단을 결정한 진의를 알아주지 않고 무조건 재개하라는 복지부가 애석하다"고 토로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백방으로 의사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미비한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과장은 "소아 병실을 빠른 시일 내 재가동해야 한다는 경영진 입장을 전달받았다. 병실을 담당할 입원전담전문의 2명 채용 공고를 내고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정년퇴임한 교수 1명을 긴급하게 초빙하기로 했다"며 "내년 1월 중 병실 재운영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길병원 상황을 전해들은 의사들은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중소병원 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과 권역센터 목줄을 쥐고 있는 복지부가 길병원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병실 운영 재개를 겁박하는 행태는 양아치와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총 7명으로 신생아실 전담 3명과 일반 병실 담당 4명이다. 일반 병실 담당 4명 중 1명은 장기연수 중이고 다른 1명은 정년을 앞두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년차 1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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