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선발에도 부모 재산·지위 보고 뽑는다? 65%가 그렇게 느껴

- 한국노동연구원, 의대생·의전원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 전공 선택부터 전공의 최종 선발까지 ‘부모 배경’ 영향 커
- “의사 국시 등 평가시스템 영향을 키우고 관행 시정해야”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여전히 의사의 양성과 채용 과정에서 부모의 사회적 지위, 재산 등의 ‘부모 배경’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느끼고 있다. 공정성을 위해서 의사 국가시험 같은 평가시스템의 비중을 더 확대하고 정책적으로 의료계에 만연한 불공정한 관행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전국 의대생과 의전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노동연구원이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배분의 공정성 연구’라는 주제로 지난 2022년 8월 18일부터 9월2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이며 의대 의학과(본과) 3·4학년생 159명, 의전원 3·4학년생 43명을 대상으로 질문했다.

설문조사 참여자 36.6%는 의대·의전원으로의 진학 이유에 대해 ‘의료계 전문직이 적성과 자질에 부합하다’는 답변을 했고, 25.7%는 ‘우수한 학업 성적’, 17.8%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위 획득’이 뒤를 이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가족이나 친척의 영향을 받아 진학을 결심하거나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라고 답한 참여자는 각각 10.4%, 9.4%에 그쳤다.

의사로서 양성되고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부모 배경의 영향에 대해서는 대상자의 65.3%가 전공 선발 과정에서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52.5%는 의사 국시 이후 인턴과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 있어서도 ‘부모의 배경’은 영향력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경제적인 수준으로 대상자들을 구분해서 보면 상위 20%를 제외한 모든 계층의 응답자들이 전공의 선발에 부모 배경의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상위 20% 중 이에 동의한 응답자도 44.3%에 육박했다.

대상자들은 전체적인 의료인력 양성 과정과 입직까지의 단계가 공정하다(35.6%)고 느꼈지만 인턴과 레지던트의 선발 과정이 공정하다는 의견은 22.8%에 그쳤다. 또,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불공정을 느끼는 정도도 달랐다. 상위 20%의 경우 32.9%가 전공의 선발 과정이 공정하다고 답했으나 상위 60% 미만에서는 9.1%만 공정하다고 답했다. 또, 의전원생(16.3%)들이 의대생(24.5%)들에 비해 공정하다고 답한 사람이 적었고, 남성(27.5%)보다 여성(16.3%)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이에 조사 대상자들은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의대생(47.2%)과 의전원생(60.5%) 모두 의사국시 시험의 중요도를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의대나 의전원 재학 당시의 학점을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의 배경만큼이나 성별도 공정성을 훼손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의대생은 의료인 양성과 입직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성별(28.3%)을 배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부모의 학력과 직업’(25.2%), ‘부모 소득과 재산’(23.3%)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성별’이라고 답한 남성 대상자는 10.9%에 불과했다. (여성 58.6%)

사회·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대상자를 분류한 대답으로는 상위 20% 미만에서 40% 이상의 계층에서만 ‘부모의 소득과 재산’(42.9%)이 공정한 선발을 훼손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상위 20%와 상위60% 미만의 계층은 성별을 1순위로 꼽았다.

당연하게도 조사 대상자의 68.5%는 의사 채용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여기에 사회적 배려대상을 채용에서 우선하는 정책에도 29.9%의 응답자만이 공정하다고 답했다. 같은 시기 법학전문대학원생 48.4%가 공정성 차원에서 법조인 채용에 사회적 배려대상 우대 정책을 펼치는 것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과 대조된다. 의대생 71.8%와 의전원생 62.9%가 사회적 배려대상 우선 채용이 불공정하다고 여겼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공정’이라는 단어에 강한 반응력을 보이는 젊은 세대, MZ세대의 인식이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의사 국시에 대한 높은 신뢰 역시도 “20~30대의 의대·의전원생들이 가지고 있는 공정성 의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이들은 의사 국시가 국가 기관인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출제하고 시험을 감독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의사 시험 성적을 더욱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성적과 석차 정보를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동의한 점에 이런 의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배경’이 의료인력의 양성과 채용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 대해서 정부 기관 차원의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현장에서는 채용 절차와 공정화에 관한 법률 취지에 반하는 관행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며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이에 대한 강력한 개선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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