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확충’ 경제적 논리보다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공공병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 공공병원 설립으로 국민이 얻는 편익에 대한 투자로 접근해야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전국적 병상 부족 사태를 겪은 정부와 의료계가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공공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 과정에서 경제적 논리에 치우친 현행 법제도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법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공동으로 '공공의료강화3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9.2 노정합의 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

공공의료강화3법은 ▲70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공병원 공익적 적자 지원 근거를 마련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공공보건의료법) 개정안 ▲지방의료원 설립·증축 시 지자체 재정 자립도에 따라 정부 지원을 최대 80%까지 상향하도록 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다. 고 의원은 지난 17일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공공보건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임준 공공의료지원센터장은 공공의료 확충 문제를 경제적 논리보다 구조적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임 센터장은 "재정당국은 현재 병상 공급 과잉 때문에 공공병원을 설립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병원으로서 기능을 못하는 지역병원들이 병상 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지역에 공공병원을 만들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작은 병원을 정리해야 한다. 공공병원 설립은 부적절한 병상 공급 조절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재정당국에서는 지역병원 매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종합병원은 상당히 큰 공간을 필요로 한다. 지역에 위치한 병원은 규모가 작아 매입해도 쓰기 어렵다"며 "부지 확보도 힘들어 접근성 떨어지는 곳에 병원이 들어서다보니 환자가 적고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임 센터장은 "재정당국 논리를 보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실천적 고민을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춰진다. 자꾸 이런 프레임으로 걸고 넘어지면 어떤 근거를 제시해도 설득이 어렵다"며 "(정부와 여당의)정치적 결단과 의지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정권에 관계없이 재정당국 입장은 변함없다. 인프라 확충에는 동의하지만 민간의료 자체가 과잉인 상황에서 공공의료까지 늘리면 전체 의료 공급이 과잉된다고 우려한다"며 "재정당국은 공급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병상을 흡수해 현재 병상 안에서 공공의료 영역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에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제도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재정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이들을 설득할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위원은 "국가재정법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법이다. 기재위가 논의하고 기재부 입장이 반영된다"며 "인프라 구축에 치중하느라 질적 측면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나 공공병원 자체가 타당성이나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지적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이 예타 기준을 회피한다는 인식을 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예타 기준을 공공병원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며 "이번 법 개정안을 계기로 예타 제도를 다시 설계해서 공공병원에 맞는 예타 기준을 재정립하자는 식의 선택지를 준비해놔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은 "예타 면제를 경제성, 수익성 위주로 판단하니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공공병원 설립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공공병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의료재난이 경제재난, 사회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적정한 공공의료 제공이야말로 경제성 차원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공공병원 설립으로 국민이 얻는 편익에 대한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정부도 공공의료강화법안에서 추진하는 예타제도 개선이나 공공병원 설립·운영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정책관은 "기재부 차원에서 예타 제도 개선 용역 사업에 들어갔다. 공공병원 편익 문제에 대한 의견 조회가 들어와 복지부에서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광주와 울산이 추진하는 지역 의료원 설립 예타 면제 안건이 국무회의에 올라갈 수 있도록 복지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국고보조금이나 적자보전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른 의료기관 건립 재정 지원율 상향이나 적자 보전 규모 등 관련 내용이 현실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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