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근간 흔드는 '간호법'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직군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나서
-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바꿔야 하는 중대 사안이므로 필요성 여부부터 다시 검토돼야

오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안 심사’가 예고된 가운데 이를 앞두고 의료계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사 뿐 아니라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직군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안 처리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건의료 단체는 22일 '간호법 제정 국회 심의 반대 긴급기자회견'에서 “간호법 제정 시도는 매번 무산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분위기에 편승해 오는 24일 국회 심의까지 예정됐다”며 심사 철회와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그들은 “간호·조산법 등 간호사단독법 3건은 보건의료인 가운데 간호사만 찬성하는 법안”이라며 “현재 의료법상 단순히 간호사 관련 조항을 떼어내서 별도의 법을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바꿔야 하는 중대 사안이므로 필요성 여부부터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라는 업무적 감독 관계를 규정하고 있고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범위를 명시해 의사의 의료 행위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발의된 간호법안에 의하면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해 간호사의 독자적인 진료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것.

이에 의료계는 “향후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며 "국민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노인복지법상 돌봄인력인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노인복지시설 시설장 지휘하에 돌봄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따라서 간호법에 포함돼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요양보호사를 포함하는 것은 ‘200만 요양보호사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이미 규정돼 보건의료인 전부가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같은 내용을 간호법에 따로 분리해 간호사만을 위한 지원과 혜택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며 “심지어 간호법이 타 법률보다 우선되도록 마치 특별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안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을 야기, 응급구조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과 타 직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합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안 통과를 시도한다면, 보다 강력한 연대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도 “간호법 제정은 보건의료체계의 재정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관련 직역과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의된 법안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 전문 인력 확보와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선 간호인력으로 구성된 직역 간 불균형을 우선 해결해야 하며,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과 영역별 직무교육제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홍 회장은 “국회가 간호법을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의료인 지원을 위한 정책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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