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일 만에 재개된 의료현안협의체 3시간 가까이 집중 토의
- 대전협-의료인력정책과 따로 분과 구성해 수련환경 개선안 마련하기로
- 비대면진료, 의사증원 등은 논의 안 해
오랜시간 멈춰있던 의료현안협의체가 다시 재개되면서 필수의료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의료계와 정치권의 입장이 갈리고 있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나 의대정원 수 확대와 같은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 향후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와 의협의 입장은 차이가 있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서울시티타워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제3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협상을 진행할 의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9일 2차 회의를 가진 후 약 한 달여 만에 재개됐다. 의협 측에서 국회에 직회부된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개정안)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정부와 정치권과의 모든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수의료 등 당장 해결을 시작해야 할 현안이 쌓여있던 복지부는 의협에 수차례에 걸쳐 논의 재개를 요청했고 결국 의협이 이에 응답해 이날 제3차 회의가 열렸다.
다만 의협은 민감한 현안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사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의제를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백, 전공의 수련 개선’으로 제한했다. 이에 맞춰 복지부도 논의 안건을 ▼기피과목, 취약지역 등에 대한 보상 강화 및 보건의료제도 개선 ▼병상 대책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필수의료 인력배치, 양성과 의대교육 정상화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에 대해 다각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날 복지부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단기, 중·장기 과제를 세부적으로 나눠 제시했다.
단기 과제로는 전공의 수련환경개선과 함께 필수의료의 육성 및 지원, 진찰료 산정기준 개선,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사소한 부주의 행정처분 감면기준 마련,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에 대한 의료법령상 행정처분 감면기준 마련,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선택의료 급여기관 진료의뢰서 제도, 의료인 단체 중앙회의 권한 강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돌봄 통합체계 도입 등을 내놨다.
중기 과제는 의원급 종별가산율 개선, 현지조사 제도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한 의료시스템 정상화, 건정심 구조 개선 등이다. 입원환자 식대 현실화, 불공정한 수가협상 구조 개선, 상대가치 3차 개편 재정 순증, 의원급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제도 확대는 장기과제로 분류했다.
또 대전협이 제안한 수련병원 내 전담전문의 인력기준 개선,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전공의 수련교육체계 및 의과대학 교육체계 개편, 전공의 급여 및 초과수당 인상, 노동권 보호를 논의 안건으로 올렸다.
양측은 앞선 두 차례의 회의와는 달리 3시간 가까이 논의를 진행하며 세부 안건에 대한 로드맵을 설정했다. 그리고 이 중 두 개의 안건을 오는 22일 4차 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근무여건 개선 등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사안은 협의체 안에 대전협과 의료인력정책과가 참여하는 분과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별도의 세부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또 의협은 의료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지조사 및 행정처분에 대한 사례와 개선방안을 정리해 협의체에 제안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전화상담에 대한 현지조사다.
2차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으며 제도화에 속도가 붙는 듯했던 비대면 진료 논의 가능성에 대해 의협은 확실히 선을 그으며 필수의료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을 합의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2차 회의에서 비대면진료 세부사항에 합의한 게 아니라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선제 조건에 합의한 것일뿐"이라며 "의협 내부 문제와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35일 만에 회의를 했는데 의사 회원과 국민의 공통 이익을 위한 교집합을 찾아서 논의를 하는 것이고 필수의료가 바로 그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인력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부와 의협의 입장도 차이를 보였다. 필수의료 인력 배치 및 양성 문제는 결국 인력 확대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의협은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전경 복지부 과장은 "필수의료는 이제 의료계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의료계와 깊이 논의하고 국민이 더 편하고 안전하며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필수의료대책은 크게 지역완결적, 공공정책수가, 인력 등 크게 세 가지 축에서 논의가 지난해부터 이어져왔고 인력 확대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논의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 상근부회장은 "의사 수 증원 문제는 논의할 때가 아니고 시기도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젊은 의사가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회의의 목적이다. 다각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 의대 졸업생이 필수의료에 지원토록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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