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로 쌓으면 달까지 거리의 1.5배 쌓는다... 2030년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외식보다 배달음식이 떠오르며 일회용 사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로 마스크를 벗고 서서히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지만 비대면 생활로 익숙해진 탓이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은 하루가 멀다하고 쌓여가고 있다.


▲ 출처 : 중앙일보

22일 그린피스와 충남대 정철용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이전(2017년)과 이후(2020년)의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비교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발표했다. 폐기물 통계와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플라스틱컵과 비닐봉투, 페트병 등 대표적인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량과 실태를 조사했다.

보고서를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이후 1인강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12개로 하루에 3.6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컵은 1년에 102개를 사용해 코로나 이전(65개)보다 57%가량 늘어났다. 국내 전체 소비량은 총 53억개로 코로나 전보다 20억 개나 늘었다. 이 양을 컵의 평균 사이즈인 11cm로 감안해 일렬로 위를 향해 쌓는다면 달까지의 거리의 1.5배에 달하는 숫자이다.

비닐봉투도 1인당 533개를 사용해 전체 소비량이 276억 개에 달했다. 이를 얇게 펴 이어 붙인다면 서울시 면적의 13.3배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또, 코로나 이후 생수를 사다 마시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페트병 소비량도 1인당 연간 109개로 늘었다. 전체 소비량은 56억개로 이어 붙인다면 지구 14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다.

보고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시행은 간편식 및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의 급격한 성장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일회용 포장재의 수요와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거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기존 조사에서 포함하지 않았던 플라스틱 배달용기의 소비 발자국도 추적했다. 그 결과 1인당 연간 소비 개수는 568개에 달했고, 국내 전체로도 173억 개의 배달 용기가 사용됐다.

보고서를 총괄한 장용철 교수는 “조사 결과 음식을 한 번 배달 주문할 때마다 평균 8.5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다”며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배달 소비가 늘어나다 보니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와 반대로 코로나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배달용기는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도 골머리를 앓게 한다. 용기마다 재질과 색도 제각각이고, 음식의 이물질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 과정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로 치부되고 있다.


▲ 출처 : 중앙일보

재활용 선별장에서도 최근 배달용기가 많아지면서 선별 작업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선별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용기의 반입량이 급증했다”며 “음식물을 세척하지 않았거나 비닐 포장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 선별 공정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선별장들은 코로나 이후 광학 자동선별기와 로봇선별기를 도입해 쓰레기를 구분하고 있다. 기계식 공정을 통해 매일 들어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동으로 선별한 뒤 재활용 업체에 보낸다.

하지만 문제는 검은색이거나 이물질이 묻은 경우 작업자들이 수작업으로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계식 공정은 빛을 쏴서 플라스틱 재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검은색 용이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 빛을 흡수해 제대로 걸러내기가 어렵다.

때문이 이렇게 별도로 모인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소각된다. 도봉구 자원순환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김현수 ACI 대표는 “음식 포장재로 왜 검은색 용기를 쓰는지 물었더니 검은색에 반찬을 담아야 깨끗해 보인다는 것”이라며 “편의점 도시락 역시 검은색이 많아 재활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복잡한 재질과 색상 때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도 높지 않다. 충남대 연구팀이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물질 흐름을 분석한 결과, 2021년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16.4%에 그쳤다. 분리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 6개 중 1개만 재활용된다는 뜻이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재활용률이 절반이 넘는 57%에 달하지만, 이는 발전이나 난방 등을 통해 에너지로 회수하는 방식까지 포함한 수치다. 재활용 가치가 없어서 단순 소각하는 비율도 32.6%나 된다. 장 교수는 “에너지 회수의 가장 큰 문제는 플라스틱이 탄소 기반으로 돼 있다 보니 (소각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라며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여러 가지 화학 첨가제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환경이나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연소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의 플라스틱 사용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이 현재 추세를 토대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예측한 결과, 2030년에는 평균 6,475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의 3.6배, 2020년의 1.5배에 이르는 수치다.

김나영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생활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국제적으로도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돼야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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