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갈등 ‘과열’ 양상... 환자 의견은 어느 쪽?

- 산업계, 플랫폼 이용자 위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 강조
- 정작 거동 불편한 환자들의 플랫폼 이용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
- ‘초진 진료 여부’로 지연되는 사이 비대면 진료 시급한 환자들 발만 ‘동동’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정치·산업계와 의약계 간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인 환자들의 이견은 등한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초진 허용 여부는 최근 의료계가 주목이 쏠리고 있는 최대 쟁점이다. 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한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의 99%가 초진인 만큼 비허용 시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정확한 검진 등의 이유로 재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논쟁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멈춰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비대면 진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법제화를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서로의 손익만 따지다 보니 합의가 더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 3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다. 그동안 발의된 비대면 진료 법안과 다른 대목이 있다면 재진이 아닌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대표발의자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G7 국가 중 6개 국가가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모든 국민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공동발의자 강훈식 의원은 “비대면 진료 법안인 ‘제2의 타다금지법’이 되지 않도록 국민 편익과 의료 접근성 확대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진 허용이 과연 국민의 편익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인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은 줄곧 도서·산간·벽지 등의 거주자나 중증장애인 등과 같은 거동 불가능자로 대상 범위를 제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권이 아닌 산업 육성에 치중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즉, 국민의 편익이 정말 중요하다면 초진 허용은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이용자 99%가 초진이기에 실효성이 있기 위해선 초진 허용을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이용자 대부분은 감기나 알러지, 소화불량 등 이른바 경증 질환”이라며 “병원에 가고 싶어도 시간이 늦어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대면진료의 보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협의 제안대로 이용자를 재진 환자로 한정할 경우, 플랫폼이 환자의 재진 여부를 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상 재진은 환자가 초진과 동일한 상병으로 동일 병원 내 같은 의사에게 30일 이내 진료를 받는 경우에 한하고 있는데 이는 플랫폼의 시스템 역량 밖이라는 것이다.

반면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초진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초진 허용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법적 근거만 마련되면 굳이 산업 플랫폼이 없어도 비대면 진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산업계가 아니라 환자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성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당초 법안소위에서도 초진은 의원들 사이에서 금기어였는데, 이번 발의안이 그 암묵적 법칙을 깨버렸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비대면 진료 법안이 10년 넘게 표류된 상황인데 포커스가 초진 허용에 맞춰져 분노를 느낀다”며 “산업계 요구에 따라 법안이 매번 바뀌는 식이다. 이러는 사이에 제도화는 계속 미뤄지고,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초진 허용하지 않을 시 현행 비대면 진료로 환자들이 앞으로 안전하고 효용성 있는 의료 서비스를 전혀 누릴 수 없음을 강조한다.

원산협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1379만명이 이용했음에도 단 한 건의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만큼 안정성을 확보한 분야”라며 “우려되는 점은 막고, 실효성은 더 크게 발현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지 않을 시 향후 대응책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렇듯 산업계는 초진 허용의 근거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수를 제시하고 있고, 초진 반대 측은 플랫폼이 아닌 ‘비대면 진료’라는 개념 자체에 접근한다. 즉,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중증 환자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한편 국정과제로 비대면 진료를 내걸었던 정부는 당장 합법화가 쉽지 않자 시범사업으로 회로를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법 개정 전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비대면 진료로 국민의 의료 이용 접근성과 만족도가 개선됐는데 다시 원 위치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데 당정이 인식을 같이 했다”며 “복지부에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시범사업을 실시해서 비대면 진료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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