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어느쪽도 찾지 않은 의협 정총... 멀어진 의료계와 정치권

- 간호법·면허취소법 등 국회 본회의 부의 속 의협 정총 열려... 정치권 복지부 차관만 참석
- “의료 침몰하는 불행한 사태 꼭 저지해야” 투쟁 의지 다지며 비대위 연장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등 의료계가 결사 반대하고 있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정치권과 대한의사협회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멀어진 양 측의 관계는 23일 열린 의협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서울 더케이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의협 정총에서는 여야 의원 어느 쪽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정총 당시 여야 의원 14명이 참석해 이필수 의협 회장의 소통 노력에 찬사를 보내던 것과 비교하면 정치권과 의협 사이가 얼마나 차가워졌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정총에 참석한 외부 인사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과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백설경 회장,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김영달 회장,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엄동옥 정무이사,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성종현 정책위원장뿐이었다. 박 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 인사다.

정치권 참여가 사실상 없는 채로 시작한 의협 정총에서는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을 저지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투쟁을 강조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기간도 연장됐으며, 비대위 활동 종료와 관련해서는 투쟁 상황에 따라 향후 의협 대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의협 비대위는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국회 통과가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목표로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예서 두 법안이 처리되면 다음 국무회의 일정인 5월 9일 대통령이 재가 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의협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국회에 재의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한간호협회보다 강자인 의협이 반대하고 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 여당에 두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 대위원회 박성민 의장은 “갖은 악법과 규제정책으로 의협을 흔들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간호법은 의료에서 간호를 떼어내 분열하려는 시고로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혼란을 유발하게 하여 국민에게 큰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의료 행위의 통일성과 통제력일 상실함으로써 반목과 갈등으로 인한 파행으로 이끌어 종국에는 의료가 침몰하고 마는 불행한 사태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사 면허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의사를 더욱 위축시켜 법률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라며 “의협과 회원은 이 같이 불합리한 법 제정에 반대하며 이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면허취소법과 간호법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두 법안을 저지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까지 비상대책위원회, 보건복지의료연대가 힘을 합쳐 온몸을 던져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41대 집행부는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해 회무와 수임사항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격려와 응원을 부탁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투쟁이나 통수권자의 관용만을 기대하는 의존적인 태도가 아니라 지난 2년을 관통하는 진정성으로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저지하겠다”며 “투쟁과 동시에 회원권익에도 소홀하지 않고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 해야 할 역할을 다하겠다”고도 결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간호법, 면허취소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특별사법경찰법 등 회원 권익과 관련된 법안 80여개가 발의돼 있거나 계류 중”이라며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정치권, 정부와 소통하면서 늘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으며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들을 발의시키고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모인 대의원들도 결의문을 통해 비대위 활동을 지지했다.

대의원들은 “최대 당면 현안인 간호법과 면허박탈법(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해 집행부와 비대위가 백방으로 노력한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며 “다가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악법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하면서 비대위 활동 연장에 전 대의원이 만장일치로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대의원들은 집행부를 향해서는 “의료현안협의체 활동에 있어 집행부가 회원 처지를 잘 살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주제 선택에 이어 대의원회와 충분하게 소통해 정부가 아닌 협회가 협의체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달라”며 “이번 정총에서 의결돼 수임하는 안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회무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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