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국회 본회의 앞두고 간무협 연가 투쟁... “총파업 동원력 확인”
- 의료연대 국회 기자회견 연달아 진행... 간협 “원안 고수 의지 변함 없다”
27일 국회 본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 갈등이 최고조에 오르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당정 중재안을 간호계에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간호계는 여전히 원안 그대로 통과를 고수하고 있다.
25일 전국 간호조무사들이 국회 의사당 앞으로 집결해 간호법 저지를 위한 연가 투쟁을 진행했다. 병·의원에서 근무중인 15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간호조무사들이 연차 등을 활용해 출근하지 않고 투쟁에 나선 것인데 아직 간호법 통과가 확실치 않아 경고의 의미로 연차 활용 파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일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서 간호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규모를 늘려 연차 활용 파업이 아닌 전면 실제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각오이다. 이날 연가 투쟁에서 간호조무사들의 총파업 동원력이 확인된 만큼 간호법 통과 시 개원가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대회사에서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서는 등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대한간호협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간협은 애초 간호법의 목적이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하지만 막상 관련 내용을 더욱 포함한 중재안은 거부해 타 직역 업무범위를 침탈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곽 회장은 “간협은 처음에는 간호법 제정 목적을 간호사 처우개선이라고 하더니, 정부가 간호사 처우개선을 강화한 중재안을 제시했음에도 대화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며 “이제는 부모돌봄을 하겠다고 한다. 병원 간호사 인력조차 다 채우지 못하면서 지역사회 어르신 돌봄도 간호사가 맡아서 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지시 하에 방문간호를 하는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없어 제약이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거동조차 어려운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을 의사 없이 간호사 혼자서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는 간호법이 민생법안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간호법 제정 시 많은 약소 직역이 일자리 자체를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섰던 한 간호조무사는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지금 촉탁의 지도하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이 제정되면 지역사회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 하에 근무해야 한다”며 “의원이 아닌 곳은 다 간호사를 보조해서 업무를 해야 한다는 간호법 규정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작은 요양시설의 경우에는 경영여건상 현 상태에서 간호사 채용을 추가로 하기 어렵다”며 “결국 간호조무사를 줄이고 간호사를 채용하거나 아니면 간호조무사가 불법으로 업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간호법은 의료계에서 의사 다음으로 비교적 강자에 속하는 간호사가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 상대적 약소 직역 침탈을 합법화하는 법안으로 이는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민주당의 당론과도 상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국회 소통관에서 간협에 간호법 당정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간협의 간호법 제정 요구가 외부 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간호법의 핵심 목적은 기득권 간호사의 일부 노조세력이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정부·여당의 중재 의지를 수용해 대승적 중재안을 양보해 수용의사를 밝혔다. 반면 간협은 합리적인 안마저 거부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중재안에는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이 원안보다 강화되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간호법 추진의 진짜 목적이 간호사 처우 개선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간협 집회 사안과 무관한 외부단체까지 가세해 간호법 제정을 함께 요구하면서 이를 추진하려고 했던 배후 세력이 있음이 드러났다”며 “결국 간호법 제정의 핵심 목적은 기득권 간호사와 일부 노조세력이 돌봄 사업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는 간호사들의 탈병원화를 유도해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간협은 전날(24일) 국회의사당과 현대캐피탈빌딩, 금산빌딩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을 열고 간호법을 원안대로 즉각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돌봄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간호법이 적절한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간호사가 지역사회에 남아 돌봄을 제공하려면 처우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간호사가 임상을 떠나지 않게 한다면 결과적으로 환자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간호법에서 간호사 업무범위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해 직역 간 갈등을 해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간호사 A씨는 "대한민국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면서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간호사는 탈임상이 아닌 병원에서의 정년퇴직을 꿈꾸게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간호사B 씨도 "간호법은 간호사를 위한 법이 아니다.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환자들, 그리고 국민에게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라며 "간호법이 제정돼 보다 나은 간호환경을 만들게 된다면 간호인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에 명시된 간호사 업무범위는 의료법에 명시된 내용과 같이 타 직역의 업무침탈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간호법은 단순히 간호의 질만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며 이는 돌봄 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날 참석한 간호사 C씨는 "간호법에서 간호사 업무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했으며, 다른 법률보다 간호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조항은 반영하지 않는 등 직역 간 갈등을 모두 해소했다"면서 "간호법은 그야말로 의료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을 지키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간호사 D씨는 "간호법은 소아응급실 등 필수적인 곳의 인력 배치 기준을 국가가 정하고 관리하고 지원하기를 요구하는 법안이다"라며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돌보기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 간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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