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단독 입법 끝에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최종 결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로 넘어간 가운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간호법만 거부하고, 면허취소법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상황을 언급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 입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면허취소법은 대상이 아닐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지금은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만을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등이) 간호법 관련 이슈를 중점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으다 보니 상대적으로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여당도 관심이 크게 없었고, 관련 협상도 간호법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라며 “면허취소법도 의사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법안이지만 사실상 찬밥신세로 전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범죄 등에 대한 면허취소법은 향후 다시 개정안을 내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개정안이 나오는 것과 민주당에서 합의해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야당 내 의료인 면허 취소에 더욱 강경해진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거부권 행사 시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거부권은 전적으로 대통령 권한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거부권 행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선다고 하는데, 거부권 행사 시 간호계가 총파업 할 것을 감안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 모두를 고려하면 행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재의 준비에 들어가면 된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의 상황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면허취소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과 향후 민주당 측과의 개정안 논의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개정안 거부는 실책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었을 때 민주당과 의협 집행부 사이에 면허 취소법의 모든 범죄 부분을 ‘중범죄와 성범죄 등’으로 수정하는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비대위가 출범하며 면허취소법 자체를 거부해 개정안 협의가 불발됐다.

이에 당시 비대위는 강경 투쟁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과 수정안 논의를 아예 거부할 것이 아니라 협의를 이어가며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하는 것이 옳았다는 지적이다.

의사단체 관계자는 “면허취소법과 관련해 의료계가 원하는 내용의 수정안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의협 비대위가 출범하며 전면 중단됐다”며 “비대위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수정안이 무산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시 수정안이 마련되는 분위기였으나 비대위 출범 이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비대위의 수정안 거부가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는 모양새”라고 탄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에 민주당에서 면허취소법 수정안을 검토한 것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본회의에 같이 올라가면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도 있었지만 의료 특성을 염두에 둔 고민이 필요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수정안 논의가 정치적 의도 외 의료계 현실 반영 의미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이고 (의협 등의)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정안 논의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