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응급실 뺑뺑이’ 수용 거부 병원 4곳, 행정처분 받는다... 보조금 중단

- 환자 수용 거부했던 대구파티마·경북대·계명대동산·대구가톨릭 등 4곳, 보조금 지급 중단
- 복지부, 환자 이송 평가 매뉴얼 마련해 응급실 뺑뺑이 막는다

최근 대구에서 10대 여아가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었으나 응급실 4곳이 수용을 거부해 결국 사망에 이른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해당 응급실들에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4일 보건복지부는 소방청, 대구시와 함께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합동 조사 및 서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사건과 연관된 8개의 의료기관 중 총 4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19일 대구지역에서 10대 여아가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아 도로를 전전하다 사망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 대한 정부조사 결과다.

정부는 정부 조사 이외에도 응급의학, 외상학, 보건의료정책, 법률 등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 결과도 함께 총체적으로 검토한 뒤 행정처분을 확정했다.

그 결과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를 위반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이행할 때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또, 과징금도 부과됐다.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 병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 거부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이행할 때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함께 조사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은 영남대병원, 삼일병원, 나사렛종합병원, 바로본병원 등 4곳은 특별한 법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별로 법 위반 상황을 살펴보면 대구파티마병원은 119 구급대원과 환자가 응급실로 진입했을 당시, 응급실에 근무 중이던 의사는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은 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타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응급의료법에서 규정한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이후에도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연락해 응급진료를 요청했지만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제공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합동조사단과 전문가들은 외상 처치 등을 우선 요청하였음에도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사유로 거부한 것은 응급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환자가 두번째로 찾아간 경북대병원에서도 응급의료법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환자가 탄 구급차는 주차장에 세워둔 채 혼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로 진입해 환자 숭요 여부를 물었다.

이에 당시 응급실 근무의사는 중증외상이 의심되므로 권역외상센터로 확인할 것을 권했다. 문제는 환자를 대면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법 위반사항이다.

이후에도 구급대원은 2차례에 걸쳐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연락해 환자 수용 여부를 확인했지만 다른 외상환자 진료와 병상 부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하지만 현장조사 및 전문가 조사 결과, 당시 권역외상센터에는 가용병상이 있었으며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 환자였던 것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거듭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간 소통을 통해 환자 수용 능력을 거듭 확인하거나 환자를 인계하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합동조사단과 전문가들은 이를 문제 삼았다.

또, 과징금 처분은 면했지만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받은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 가톨릭병원은 각각 외상환자의 수술 진행, 신경외과 의료진의 부재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장 조사와 전문가들은 해당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응급의료 거부를 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의 원인은 환자 이송서비스 품질 개선과 환자 이송 및 수용의 적정성 관리체계 마련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먼저 119 구급대의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병원 의료진이 사용하는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으로 통일한 (Pre-KTAS), 중증도를 기준으로 환자 이송을 결정하도록 했다.

현재 119 구급대의 환자 분류는 응급, 준응급, 잠재응급, 대상외 등 4단계를 적용하지만, 개선할 경우 KTAS 5등급(Level 1∼2 – 중증응급, Level 3 – 중증응급의심, Level 4∼5 - 경증)으로 구분한다. 또한 지자체 주도로 지역별로 응급질환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명, 위치 등 응급의료자원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 이송지도(map)를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일선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책임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으로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기준 및 절차 등을 포함한 표준 프로토콜을 구축해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심정지 등 초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인근 모든 의료기관에서 수용 곤란을 고지한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서는 기준과 무관하게 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복지부는 소방청 및 지자체와 응급 환자 이송 관련 추가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구급대원은 환자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기관은 응급환자 수용에 책임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의료기관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통한 경증응급환자 분산이라는 과제가 던져졌다.

복지부는 "지역별로 지자체·구급대·의료기관을 포함하여 주요 이송 곤란 사례를 검토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인 사례 검토회의를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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