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현직 의사가 말하는 소아과가 없어지는 3가지 이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폐과를 선언하며 일반 진료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진료과목에 종사하고 있는 30대 전문의가 온라인 상에서 이들의 실상을 털어놓으며 폐과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소아과 전문의야. 넋두리 한번 해도 될까’라는 제목의 글이 업로드 되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을 30대 소청과 전문의라고 밝힌 A씨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소청과 ‘오픈런(Open-Run) 사태를 언급하며 소청과가 의사들 사이에서 기피과로 전락하게된 이유를 나열했다.

가장 먼저, A씨는 소청과의 기본 진료비가 터무니 없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100~150명을 진료해도 한명당 받을 수 있는 돈 자체가 워낙 적다”며 “소아나 성인이나 기본 진료비(수가)는 같지만 성인들은 검사가 많이 붙어서 진료비만 내는 경우가 드물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물론 일반 직장인의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버는 것은 맞다. 그러나 비슷한 그룹인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소아과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로 회의감이 많이 든다”라며 “누가 칼들고 소아과에 가라고 협박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눈 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었다”라며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껌을 100개 팔아서 마진 1만 원을 남기느니 비싼거 10개 팔고 같은 마진을 남기는 방향으로 의사들이 자유롭게 직종 변경을 하려는 것이다”라며 “간가 높은 비급여 진료를 할 수 있는 타과로 직종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소아과만의 진료 어려움을 털어놨다. A씨는 “소아는 성인과 달리 아픔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제3자인 보호자와 소통하고 자세한 진찰을 통해 병을 파악해야만 한다”라며 “하지만 아이들은 의사와 병원을 무서워하고, 울면서 날 걷어 차기도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4~5살 아이들이 몸부림 치는 힘도 세다. 아이들은 죄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체력도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너무 고맙다”라며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아이 보호자들의 과보호 등 태도를 지적했다. A씨는 “물론 내 새끼는 귀하지만 병원에서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가 자주 나타난다”라며 “진료 과정에서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 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이를 진료할 때 힘이 무척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못된 부성애와 모성애의 발현에 맘카페,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면 몇 달 안에 밥줄이 끊어지는 의사들도 자주 봤다”라며 자신도 열의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살 것 같다”라며 “정부에서 잘 해결해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탈주할 건데 부디 날 붙잡아달라”고 복잡한 심경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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