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방역 지침을 마련하면서 사실상 종식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이후 약 3년 4개월만의 종식 선언이다.

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주재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 조정 방안을 논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중대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적인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장기간 방역 정책에 지치지 않고 적극 협조해준 국민들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향해서는 위로의 메시지를 함께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정부의 조치에 대해 “사실상 종식 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종식 선언 배경에 “국내 방역 상황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코로나19 위기단계 로드맵 발표 때보다 좋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WHO는 지난 5일 코로나19로 인해 발령됐던 PHEIC를 해제했다.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전 세계가 비상 대응을 할 필요까지는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향후 있을 대통령의 종식 선언도 WHO의 발표처럼 코로나19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국가적 비상사태는 끝내겠다는 의미”라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비슷한 선언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종료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일본 정부도 지난달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계절성 독갑과 같은 등급으로 하향하며 범부처 조직인 ‘신종코로나대책본부’를 해체했다.

정부의 종식선언 이후 가장 크게 변할 점은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5일 격리 권고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확진자에 대해 의무적인 격리 조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이어 병의원과 약국 등에 남아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동네의원, 약국에서도 사라진다. 병원의 입원실 내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하기만 하면 된다.

또,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입국 후 3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권고가 사라지고, 임시선별검사소 운영도 중단된다. 현재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확진자 통계 역시 주 단위로 발표가 이뤄지며 국무총리가 본부장으로 운영되어온 중장재난안전대책본부도 해체된다. 팬데믹에 맞춰 비상 운영되던 의료체계도 상당부분 일상 체제로 돌아간다. 팬데믹 종식과 함께 끝나는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세부안을 짜서 추후 공개할 계획이다.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8일 회의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이 이러한 방안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위의 한 위원은 “남은 방역 조치가 실질적으로 얼마 없고 확진자 규모가 확 줄어 격리 의미가 예전과 좀 달라졌다”라며 “취약인구에 대한 보호 대책만 잘 세운다면 방역 대책 조기 완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평가”라고 전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위기는 종식됐지만 당분간 무료 검사와 치료, 예방접종, 생활지원비(중위소득 100% 이하 가정), 유급휴가비(30인 미만 기업) 등은 계속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일 종식 선언이 있더라도 곧바로 모든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확진자 격리 의무 등을 조정하려면 고시를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최소 2~3주 걸릴 수 있어 방역조치 해제 시점은 이르면 이달 말께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