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허취소법, ‘성범죄, 중대범죄만’ 수정안 수용 없이 원안 그대로 확정 유력
-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들 “면허취소법 파업은 힘들다” 투쟁 동력 없어
- 의협 비대위 결단력 부재 비판도 이어져
간호법에 관해 여당과 복지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간호법은 국회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계는 이를 반기기보다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거부권 건의 법안에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내부에서는 “간호법만 전력투구하다 ‘자책골’ 넣은 꼴”이라는 비판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열리는 국무회의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협이 속한 보건복지의료연대 차원에서도 간호법만 거부되고 면허취소법은 원안대로 공포될 경우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해 이날 오후 1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의협과 함께 계획된 ‘플랜B’를 끝까지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면허취소법이 폐기되는 그날까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지만 사실상 더 이상 투쟁 동력을 모으기는 힘들어졌다. 당장 오는 17일 예정된 연대 총파업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들의 파업 참여율이 저조하고, 면허취소법 적용 대상이 아닌 직역들 사이에서는 간호법은 거부된 상황에서 총파업에 나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면허취소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료기사들은 의료인이 아니기에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소수 직역들은 간호법 투쟁에 할 수 있는 바를 다 했다. 면허취소법이 부당하지 않아서 동참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모든걸 소진한 탓에 동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하는 마음으로 메시지까지 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면허취소법 저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애당초 간호법 저지를 위해 결성이 됐고, 나중에 투쟁 법안에 면허취소법은 나중에 포함됐다. 그래서 단체 간의 온도차가 매우 크다”며 “면허취소법을 두고 파업을 할지 말지는 의협과 치협이 결정할 문제다. 만약 파업을 결정하게 된다면, 의사단체 주도로 갈지 보건복지의료연대 차원에서 함께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닌 “의협과 치협 외 나머지 단체들은 면허취소법 당사자인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에 적극 동참할 명분이 없다”며 “당사자인 의협과 치협도 이 문제로 총 파업을 할지 언급하지 않는 상황 아닌가”라고도 했다.
또, 의료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치협 박태근 회장이 언급한 ‘플랜B’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대응 방안으로 면허취소법에 대한 헌법소원만 남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는 투쟁 전략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차원에서 비대위를 구성했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 내에서 조차 면허취소법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다른 직역 단체들은 의협 비대위가 파업 등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들은 지난 두 번의 부분파업 당시 의사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다음 총파업에는 의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12일 의협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1차 부분파업 날짜를 4일로 발표했다가 추후 3일로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의협 비대위는 면허취소법 재의요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당일 취소하기도 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1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병원협회, 치협,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함께 면허취소법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재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입장문 배포로 대체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패키지로 졸속 상정된 만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은 의협 비대위와 보건복지의료연대 명의로 발표됐다. 기자회견에 동참하기로 했다던 의학회나 대전협, 의대교수협은 빠졌다.
한 의사회 관계자는 “플랜B가 있는지 모르겠다. 상황 자체를 너무 낙관했던 게 아닌가 싶다. 면허취소법을 저지할 의지는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과 의협 집행부가 면허취소법 수정안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는데 차라리 그때 수정안을 받아야 했다. 결국 비대위에서 요구한 것도 면허취소법 완전 폐지보다는 중대범죄로 제한해 달라는 것 아니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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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