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징용배상금 받으면 20% 줘” 지원단체, 징용 피해자와 11년 전 계약

- 미쓰비시 중공업 피해자 5명과 해당 내용 계약 체결... 약정 근거로 판결금 요구 가능성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가 과거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을 경우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의 유족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판결금 2억 원 안팎을 수령한 가운데, 해당 단체가 이 약정을 근거로 하여 금액 지급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출처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 5명은 2012년 10월 23일 피해보상금 관련 약정을 맺었다.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하기 하루 전 맺은 약정으로 A4 용지 2장 분량의 약정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금·위자료·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 받은 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모임에 교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미쓰비시가 법원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 등 돈을 지급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수령하는 것이 아닌 수임인들이 우선 돈을 받아 20%를 지원 단체에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해당 조항은 “위임인들(피해자들)은 수임인이 피고로부터 직접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으면 정한 금액을 시민 모입에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되어 있다. 해당 약정에서의 수임인은 민변출신으로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이상갑 변호사가 수임인 대표로 이름을 올렸고, 피해자들은 지장 또는 도장을 찍어 약정서에 동의했다.

피해자들과 약정을 맺은 시민 모임은 2009년 3월 설립되어 강제징용 문제의 공론화, 피해자 후원과 소송 지원 등 활동을 펼쳐왔다. 2021년에는 현재의 이름인 비영리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으로 변경됐다.

지원 단체와 피해자들이 약정한 시점은 2012년 10월이다. 그해 5월 대법원이 “신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이 징용 피해자 9명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일제 식민 지배로 피해를 본 한국인이 일본 기업에 승소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으로, 이후 각 지역에서 소송 제기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약정서에 서명한 피해자들은 1992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기각된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약정 체결 다음 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지원 단체가 교부를 약정하며 내세운 명목은 피해자 인권 지원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관련 공익 사업 등이다. 약정에서도 “지급 받은 돈을 정한대로 사용하고, 위임인들이 생존해있는 동안 매년 1회 그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위임인들에게 통지한다”고 명시했다.

이상갑 변호사는 해당 약정에 대해 “금전적으로 배상받으면 여러 지원 단체 공익 변호사들의 활동 결과로 얻게 되는데 다른 공익 변론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돈을 나누자는 취지가 아니었다. 당사자들에게 다 설명했고, 다들 흔쾌히 동의하신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국언 이사장도 “약정서에 쓰여있는 취지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약정에 서명한 피해자 5명 중 3명은 세상을 떠났다. 이 가운데 일부 유족이 3월에 정부가 발표한 해법에 찬성해 지난달 일제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서 판결금 약 2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식통은 “이에 지원단체가 당시 약정서를 근거로 판결금 교부를 요구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단체는 정부의 해법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판결금 중 일부를 요구할 경우 큰 논란이 예상된다.

또 정부의 해법에 반대해 내용증명까지 보냈던 생존자 1명이 마음을 바꿀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들 단체가 수용 의사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이 싸움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저희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지원 단체는 “피해 당사자들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놔두지 않으려는 논의가 있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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