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약침 사기 한방병원 결국 폐업수순... 패키지 선결제 환자들은?

- 대표원장 구속 7개월만에 폐업... 환자 커뮤니티서 소송 얘기 오가
- “늑장행정에 문제 커져... 복지부는 선결제 운용 병원 조사해야”

산삼약침 사기 사건으로 인해 대표원장이 구속되어 재판 끝에 징역형을 받은 A한방병원이 폐업 수순을 밟는다. 법정구속으로 인한 영업정지처분이 뒤늦게 이뤄진 탓이다. 이에 이미 패키지를 결제한 환자들이 집단 혹은 개인으로 소송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표원장이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된 A한방병원이 오는 9일 영업을 중지한다.

해당 병원의 대표원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 그가 시행했던 혈맥약침술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고, 관련 효능을 긍정적인 부분만 집중적으로 환자에게 설명해 기망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도 성립됐다.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 추출한 약물을 정맥에 주입하는 암 치료법인데, 이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는 등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사기를 이용해 다량의 약물을 혈관에 투입하는 행위 역시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 인정되어 왔던 한의사의 의료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기망행위 등 사기와 관련해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을 실장으로 고용해 이들이 먼저 환자와 상담하도록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절박한 심정의 말기암 환자들에게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와 사진 등으로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해 설명하고,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치료임에도 이를 유도했다는 것이 인정됐다.

해당 한방병원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으면서 환자 커뮤니티에선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키지 형태로 선결제한 환자들이 적지 않기에 환불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 게시글에는 “환자 단체방에서 소송을 하냐 마냐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패키지에 물린 환자도 꽤있다”며 “선결제 자체가 사실 말도 안 된다. 암에 대해 알지 못하는 실장들이 설계하도록 병원 측이 방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해당 한방병원 판결문에 등장한 2명의 말기암 환자 중 한 명은 한 달에 한 번씩 세차례에 걸쳐 2376만 원을 미리 결제했다. 또 다른 환자도 주사 두 번의 비용에 해당하는 1880만 원을 진료 전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도 “병원 측은 약침액이나 시술비의 합리적인 산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산삼이 고가이기 때문에 가격이 상상외로 비싸다고만 말했다”라며 “가능한 모든 치료를 동원해보려는 환자와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압박하고 이용해 미리 돈을 받아 치료를 중도 포기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료계 역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피부와 미용 등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분야에서는 선결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으나 암 병원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법에는 선결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치료 하고서 그 행위에 대한 비용을 지불받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라며 “이는 암 치료와 관련된 2차 의료기관이나 종합병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결제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선결제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슨 행위를 할지는 치료 과정에서 달라지게 되는데 이를 선결제 한다는 것이 있을 수가 없는 얘기고, 이런 개념 자체를 이번 사건에서 처음으로 들었다”며 “이는 환자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경악스러워했다.

행정당국이 업무정지명령을 빠르게 내리지 못하면서 다른 환자들의 추가 피해 역시 막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당 한방병원이 대표원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이달까지 7개월에 가까이 아무런 제지없이 운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선결제 시스템을 운용하는 다른 한방병원이 없는지 정부 차원에서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법성을 떠나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을 벗어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협 한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법정구속 후 곧바로 영업정지가 이뤄져야 했는데 이 한방병원은 관련 조치가 늦어진 감이 있어 안타갑다”며 “선결제하고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니 이런 황당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들 규칙이 그렇다는 식으로 환자들에게 선결제를 요구하는 행태를 그냥 둬서는 안된다”며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이나 복지형태에서 벗어나는 행태로 존재 자체로 문제다. 더욱이 그 대상인 혈맥 약침술은 유효성이 확실하지도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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