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 내 극한의 혼란이 야기된 간호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재의결 끝에 지난달 30일 최종 폐기되며 막을 내렸다.

1년여 간의 간호법 논쟁이 일단락됐지만 결국 풀리지 않은 의문이 분명 존재한다. 민주당이 당정의 수정안 요구를 전면 거부하며 원안 통과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의 이런 고집에 간호법 폐기는 사실 정해진 수순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도 국회 본회의는 쉽게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고, 해당 법안이 재의결되어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과반은 넘지만 3분의 2를 충족하지는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간호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고, 민주당 측에선 여당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소위 찬성표를 찍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면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앞서 양곡관리법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 부결돼 폐기됐던 만큼 민주당이 여야 합의없이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법안을 밀어붙여 강행 처리하는 방법으로 간호법이 제정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리는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선택한 방법은 여야합의가 아닌 ‘강행돌파’ 였다.

이를 두고 여당은 ‘총선용 선거전략’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을 일부러 유도해 국회와 싸우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고, 여당에도 정치적 부담을 가함과 동시에 민주당 내 불거진 의혹들을 감추기 위한 정치공학적 계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5.4%p 하락한 49%를, 국민의힘은 3.9%p 오른 40%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전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채 탈당한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의혹일 뿐 민주당 측이 진심으로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낡을 의료법 체계를 수정하길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내 상황과 함께 조율 없이 법안을 강행 처리한 태도는 이들이 간호법을 총선용 정쟁도구로만 이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말 현장에서 열악함 속에 애쓰는 간호사들의 처우가 걱정됐다면 이 것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법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게 되면서 애꿏은 보건의료계만 둘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며 갈라섰다. 정치권도 이들을 중재하기보다 보여주기식 면담에 이어 한쪽만 일방적으로 편들며 싸움을 부추겼다. 결국 정치권에 의해 가장 큰 희생양이 된 것은 보건의료계 단체들이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여야의 행태에 이런 말을 했다. 조 의원은 “30년 전 여러분이 만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모습이 이런 모습인가. 중요한 민생법안이 정치법안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리는 정치법안을 두고 민생이 아닌 정치적 입장에서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의석에 밀려 무기력하게 비난만 내놓는 여당을 보는 것도 당연히 답답한 노릇이지만, 민생법안을 핑계삼아 정쟁을 일부러 반복하려는 야당을 보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