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협, 복지부장관 장·차관도 직무유기 언급... ‘파면’ 요구
- 간호법 투쟁 ‘면허증반납운동’ 이달 중순 복지부에 전달
- “준법 투쟁 참여한 간호사들, 부당해고 등 불이익”
간호법 제정이 최종 무산되며 폐기되자 대한간호협회의 주도로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나선 가운데 불법진료를 지시한 의사와 병원장들이 고발됐다. 나아가 간협은 보건복지부 장·차관도 불법진료 행태를 방관한 직무유기를 이유로 파면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도 함께 진행된다.
7일 서울연수원 강당 1층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2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3차 준법투쟁 방향과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간협은 준법 투쟁에 참여한 현장의 간호사들이 권고 사직을 받거나 부당해고를 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내 부당대우가 두려워 준법 투쟁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협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실시한 준법 투쟁 현장 실태를 분석한 결과, 간호사 5,095명 가운데 51%인 2,600명은 ‘준법투쟁 핀버튼 착용’, ‘면허증반납’, ‘부분연차 파업’ 등 준법투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49%에 해당하는 2,495명은 ‘준법 투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병원에서 준법투쟁 참여방법에 대한 아무런 정보 안내도 없었다. 준법투쟁으로 인한 의료기관 내 불이익과 부당대우와 관련한 우려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특히 간호사 351명(6.9%)은 준법투쟁 참여로 인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내에서도 준법투쟁 참여자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간호업무 이외에도 추가 업무를 배정받거나 부당한 근무표 배정, 일방적 부서 이동을 경험한 간호사들도 있었다. 심지어 사직 권고(9명)를 받거나 무급휴가 권고(9명), 부당해고(4명) 등의 불이익을 받은 간호사도 있었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지방 A병원은 의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한다고 간호사를 겁박했고 서울 C병원은 하던 일 계속하기 싫으면 나가라고까지 했다”며 “서울 C대학병원은 수술 후 간호사가 환자 채혈을 거부하자 교수가 법대로 해보자며 인턴에게 중환자실 채혈을 하지 말라는 협박을 간호사들에게 했다”고 말했다.
최 정책전문위원은 “병원장이 의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한다며 간호사를 겁박한 뒤 불법 업무들을 시키며 간호사 자신에게 불법 내용을 간호기록으로 남겨두면 격리실에 가두고 30분 이상 욕설과 폭언을 하며 간호기록을 지우도록 협박하기도 했다”고 했다.
최 정책전문위원은 “전국 1,800개 병원급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준법투쟁) 협조 요청을 했음에도 준법투쟁에 참여하지 말라는 의료기관 또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며 “의료기관들이 조직적으로 간호사 준법투쟁을 막아온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또 간협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지난 5월 18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접수된 불법진료 신고는 총 1만4,234건으로, 실명으로 신고된 불법진료 지시 의료기관은 359곳이었다. 불법진료 지시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로 64곳이었고, 신고 건수는 2,402건에 달했다. 이어 경기 52곳 1,614건, 대구 27곳 506건 등이었으며, 전국 곳곳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불법진료 행위를 신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검사(검체채취·천자)가 9,075건으로 가장 많았고, 처방과 기록 8,066건, 튜브관리(L-tube와 T-tube교환·기관삽관) 3,256건, 치료·처치와 검사(초음파와 심전도 검사·봉합·관절강 내 주사) 2,595건 순이었다. 또 대리수술과 수술 수가 입력, 수술부위 봉합 등 수술이 1,954건, 항암제 조제 등 약물관리도 593건에 달했다.
간협은 이번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불법진료 행위를 지시한 의사와 소속 의료기관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고발 일시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오는 16일까지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을 진행해 전국 간협 지부로 반납된 면허증을 중앙회로 모아 19~26일 쯤에는 복지부 항의방문 시 제출할 계획이다. 더불어 간협은 이날 복지부 장·차관 파문도 요구할 예정이다.
비실명 대리신고 자문변호사단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간호사 불법진료를 강요한 의료기관 고발도 동시 추진한다.
탁영란 제1부회장은 “간호사 준법투쟁은 법치주의국가에서 존중돼야 함에도 이에 참여한 간호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겁박과 직종 간 배타적 분위기 유발로 방해하고 의료기관 경영자에 의한 고용위협까지 있었다"며 "준법투쟁을 하는 간호사들의 인권조차 보호해 주지 않은 점이 현장 실태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탁 부회장은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가 불법임을 알고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는 의료기관과 이를 알고도 묵인해오면서 준법투쟁을 하는 간호사들을 오히려 범법자 취급하는 복지부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관 불법 행태를 근절하고 복지부 직무유기를 규탄하기 위한 대응 행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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