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체계 붕괴, 이미 시작... 특별 대책 나와야”

-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단순 수가 개선 아닌 특별 대책 시급” 지적
- “대형병원 분원, 지방으로 유도할 필요있어... 지방 공공의대 실효성 의문”
- “혼합진료 금지·의사 인센티브 폐지·주치의제 도입 등 적극 검토해야”

최근 필수의료와 저수가 등 의료계의 문제점이 여실없이 들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우리나라 의료체계 붕괴가 시작됐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혼합진료 금지, 의사 인센티브 폐지, 주치의 제도 도입 등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7일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은 ‘의료체계 붕괴의 시작’의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원인으로 ▼의료 소비자 시장 부재 ▼비급여를 통한 의료 영리화 초래 등을 꼽았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될 때 의료 소비자 시장이 바뀐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고, 이에 의료서비스 배분으 필요도 접은에 따른 것이 아닌 환자 수요를 토대로 하는 과거 소비자 시장에 맡겼다”고 지적해했다. 이어 “이에 따라 의료 이용이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2~6배 정도 높아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의료서비스 배분을 환자 수요를 토대로 하는데 더해 민간 보험 역시 보완형 실손보험으로 제동되어 건보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며 “의사 인력 배치 역시 시장 수요에 따라 이뤄져 전문분야별로 의사 소득 격차가 심화돼 소득이 낮은 전문과에서는 자연스럽게 의사부족으로 의료공백이 일어나 의료체계 붕괴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 붕괴의 징후로 ▼응급환자 구급차 대기 중 사망 ▼공공병원과 지역 병원에서 의사에게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채용 어려움 ▼소아청소년과 폐업 선언 ▼전문과별 의사 소득 격차 ▼의료자원 수도권 집중화 ▼의사 수 부족 ▼경상의료비 증가 속도 등을 꼽았다.

이 원장은 “이런 현실에서 어떤 의료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또 다시 수가로 해결하려는 것은 우라나라 의료체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들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향후 장기적인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을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수도권으로의 병상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1985년 시행한 ‘지역별 의료기관 개설 허가 제한 등에 관한 규칙’과 같은 특별 대책을 긴급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도권의 대형병원이 분원을 설립하려고 할 때 가급적 지방도시에 설립하도록 유도해 의료 지역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공공의대 신설과 같은 계획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가 기존 의대와 차별화를 두어 혁신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소규모 공공의대 설립은 기초교육을 위한 교수 확보부터 어려워져 의학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도 높다고 분석했다.

의료영리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심각에 이른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영리화 방지를 위해 비급여 서비스 제공 근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처럼 혼합진료 금지를 통해 건강보험 서비스 제공기관은 비급여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고, 비급여서비스는 요양기관계약제를 도입해 영리병원을 인정한 후 영리병원에서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를 높였다.

다만 영리병원을 인정할 경우 실손의료보험도 보완형에서 추가형으로 전환해 실손보험이 의료 영리화를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계약한 의료기관은 영리와 무관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대형병원에서 실시하는 의사에 대한 성과급제도 역시 영리의료의 단적인 사례라며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과잉서비스와 비급여서비스 제공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성과급제도는 시급히 없애야 할 제도다. 비급여서비스가 적은 소청과 같은 곳을 의사들이 기피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 원장은 ▼주치의 의뢰서를 지참해 병원에 갈 경우 본인부담금을 낮춰주거나 입원대기기간을 단축해주는 방식의 주치의제도 도입 ▼주치의제도를 포함한 커뮤니티 케어 실행 등을 제안했다.

특히 방문간호사가 고령환자 가정을 방문해 환자의 의료적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주치의에게 연락해 처방을 받아 주사행위나 간단한 수술 등 치료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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