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수의료 대안인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의정 모두 공감대 형성
- 특례조항 적용 범위 등 구체적 방안은 추가 협의 필요
대한의사협회가 필수의료 대안으로 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가칭)이 조만간 추가협의를 거쳐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의료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합의하면서 의료사고에 따른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협이 의대정원 확대 원천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 한발 양보하면서 숙원사업인 의료사고 특례법을 얻어낸 것이 아니겠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은 의협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앞선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도 의협은 줄곧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특례법 제정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은 고난이도 고위험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이라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 꾸준히 필수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 필요성을 정부와 정치권에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필수 의협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필수의료분야의 가장 큰 기피의 원인인 고위험 진료에 대한 부담과 법적 분쟁 걱정 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의협은 ‘필수의료 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는 의사는 연평균 752.4명에 이르고, 전체 전문 직종 중 73.9%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하루에 3명씩 기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일본의 의사 입건 송치건수에 14배, 영국의 의사 과실치사 기소에 580.6배, 독일 의료과실 인정 건수에 26.6배 많은 수치이다.
구체적으로 의료과실의 유형은 수술과 술기가 많은 외과계열이 형벌화 경향이 높았다. 의료분쟁조정·중재 신청 중 장애 신청의 경우 정형외과가 226건(29%)로 가장 많았고 그뒤로 신경외과, 안과, 내과, 산부인과 순이었다.
지난해 의협이 회원 11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국가가 지원해야 되는 과제로 '수가 정상화'가 41%로 1순위였고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28%로 2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이종석 의원(국민의힘)이 지난달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국민 생명에 직결된 분야를 필수의료로 정의하고,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적법한 절차로 진료했다면 의료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환자 권리 구제 수단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속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특례법 법안 제정에 찬성하는 방침을 세우면서 향후 법안 통과에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환자단체 등 반대 측과 특례조항의 범위, 반의사불벌죄 여부, 예외 규정 신설 등 구체적인 법률 조항 협의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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