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커지는 반발에 ‘의사 인력 확충 논의 조건’ 해명... “조건 이행 안하면?”

- 의협, 대회원 서신 통해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 전면 공개
- 시도의사회장들, 회의 열어 대책 논의... “집행부가 책임져야”

대한의사협회가 복지부와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해 확충 시 고려해야 할 필수조건에만 합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8일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와 의사 인력 확충 방안과 관련 합의를 한 것과 관련해 이필수 의협 회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며 ‘탄핵’까지 언급되자 9일 오후 전체 회원들에게 서신을 발송했다.

의협은 해당 서신에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합의한 사항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대책’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방안으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뻡 제정과 기피분야 적정 보상 등 우수 의료 인력 유입을 위한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의협에 따르면, 의료인력 확충 방안 논의는 복지부가 먼저 의협 측에 제안했다. 필수의료와 지력의료를 살리기 위해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의료 인력 확충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요구에 의협은 필수 전제 조건을 제시하며 이를 먼저 수용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협이 요구한 전제조건을 살펴보면 ▼의료인력의 현재 상황 및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 실행 방안 ▼객관적인 사후평가로 제도의 재조정 ▼필수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과 두터운 보상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 절대 불가 ▼분원 설립 제한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대쏠림, 건강보험 재정악화 등 부작용 관련 대책 마련 등이 있다.

의협은 “복지부도 의료 인력 확충 시 논의되어야 할 전체적인 사항에 대해 공감했으며 이를 검토해 제도에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으로는 회원의 의견을 청취해 협회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밖으로는 정부·국회와 치열한 협의를 이어가면서 결국에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의협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국민 건강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의료제도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회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 집행부의 행보에 대해 피어나고 있는 불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각 시도의사회회장은 9일 저녁 회의를 갖고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협과 복지부 간의 협의사항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으며, 이 같은 의견을 모아 의협 집행부에도 전달하기로 했다.

회의의 참석한 한 시도의사회장들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와 관련된 합의 사항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반대하는 회장이 많았다. 이 의견을 모아 의협 집행부에 전달할 것”이라며 “하지만 논의 자체를 원천 거부하리고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추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협 집행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내과의사회도 같은 날 의협 측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하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이후 의협과 합의한 조건들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대응 방침을 묻기도 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의협 측은 논의만 하기로 했다고 이야기 하지만 의대 정원과 관련된 문제는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재논의를 협의하기로 한다는 것과 ‘확충 논의’에 합의했다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언론 보도대로) 2025학년도 입시 모집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책은 따로 준비해 뒀느냐. 의협에서는 의사 수 증원을 위한 선행 조건을 걸은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정부는 들어주겠다는 말만 하고 의사 수를 증원한 후 정부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의협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회원들에게 다시 파업하자고 동참을 요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9월 복지부는 의료계가 문제를 지적하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왜 의협이 나서서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느냐”며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대책을 말해달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내과의사협회는 “설령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필수의료 인력으로 확충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지금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규제 감소와 세금 감면, 재정 투입 등 다른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도 관련해 의협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는 향후 의료계의 명운이 달렸다고 봐야할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의협의 행보는 전체 의사 회원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전체 회원들의 민의와 처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