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필수의료 국가책임법’ 발의... 어디까지 필수의료?

- 필수의료 정의 명확히 하고 필수의료 제공 책무 국가와 자자체가 진다
- 의료계, 적극 환영... “저수가 문제, 인력 문제도 해결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신현영 의원이 붕괴 직전에 놓인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해 필수의료 중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 등 필수의료에 대한 전체적인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 출처 : 서울경제

필수의료 지원을 강화하길 간절히 바랐던 의료계에서는 대환영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각 과마다 어느 선까지를 필수의료로 보고 지원할 것인지 논의는 필요해보인다.

14일 오전 9시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번 신 의원의 법안은 먼저 ‘필수의료’의 정의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정의했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치권에선 필수의료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발의되는 필수의료법 제2조와 8조에 따르면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 또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영역 또는 지리적 문제 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영역’으로 규정됐다. 구체적인 우선순위는 필수의료정책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모든 국민이 성별·나이·민족·종교·사회적 신분·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동등하게 필수의료를 제공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필수의료로 제공하도록 그 책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했다.

또한 필수의료 실태를 3년마다 조사해 맞춤형 필수의료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면서 ‘필수의료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 근무환경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에 관한 사항’을 종합계획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주기적으로 이뤄지게 한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수록 의료사고로 인해 형사처벌 위험에 놓이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피해자 보상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했다.

신현영 의원은 “최근 무과실 분만사고 100% 국가책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지만 서울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사건, 소아과 오픈런 현상, 응급실 포류 사망사고 등 이미 심각한 수준의 필수의료 붕괴현상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붕괴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며 “더 이상의 피해사례가 속출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 필수의료체계의 대대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실질적인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협은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필수의료 분야를 살릴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매우 시의적절한 법안”이라고 반겼다.

이 부회장은 “특히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경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는 의료분쟁으로 인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정신적, 경제적으로 막심한 손해와 고통을 겪어왔다”고 호소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도 “발의된 법안 12조에 필수의료와 관련된 전공의 수련 비용에 대해 ‘국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된 점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라며 “앞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한 투자와 재정지원만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필수의료법의 빠른 국회 통과를 지지하며 필수의료 전문의 고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회장은 “단순하게 의대 정원만 늘릴 것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보험체계를 바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국내 의료제도 대부분의 문제는 저수가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종합병원의 필수의료에 종사한는 전문의 고용 기준이 별로 없어 전문의를 지나치게 적게 고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국가·지자체 책무를 규정하여 건강보험의 국고보조금 비율과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이 외국이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부터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인력 수급 정책에서 단순히 의사 총량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 국가의 재원확보를 비롯해 구체적인 방안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기존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추가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재연 회장은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지금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고, 민사도 불가항력 사고로 인정되면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의 형사적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법령은 법률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형사처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불가항력 의료사고 대신 ‘응급환자 진료로 발생되는 필수의료의 진료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로 바꿔야 한다”며 “또한 불가항력 의료사고와 관련한 피해자 보상비용은 국가가 지원하여야 한다보다는 ‘응급환자의 진료로 발생되는 필수의료의 진로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보상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 수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각과 마다 필수의료 지원에 대한 의견도 차이를 보였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필수의료 환자들이 결국에는 응급센터를 통해 중환자실이나 병실로 입원하기 때문에 응급센터와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모든 입상과 지원이 돼야 한다”며 “기금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지원을 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하고, 중증 응급 수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보편적인 건강과 관련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 소아 진료, 분만 등은 항상 그 우선순위가 응급 의료와 중증 수술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을 보면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그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금과 같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와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며 내과를 전공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참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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