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은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었고, 연간 휴가 사용일수도 7.6일로 법정 최저 휴가일수인 15일의 절반 수준
- 정부는 의료인력에 대한 인력수가를 별도로 마련하자는 제안에 신중한 입장
간호조무사 10명중 6명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그 중 1명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력에 대한 보상 비율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별도로 간호조무사 인건비를 반영하거나 인력수가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5일 의료계 관계자들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19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좌담회’에 참석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 현실적인 수가 책정 필요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부회장은 “곳간에 양식이 들어가야 배분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를 통한 수익에만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건강보험 수가인데 기본 진료행위에 대한 원가보존율이 85%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건강보험 수가의 기본이 되는 상대가치가 있는데 이를 구성하는 의사비용에는 의사 이외의 의료인력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부분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월급이 어디에 책정돼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엄밀히 따지자면 임상인력에 대한 비용은 진료비 안에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며 “의료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별도로 구분해 현실적인 수가로 책정해야 한다. 상대가치도 지속하려면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의사와 의료인력, 진료행위에 대한 적정 보상체계가 기본적으로 마련돼야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이 보장되고 상승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처우개선과 다른 방향으로 아무리 좋은 정책 시스템이 있더라도 곳간에서 나눠줄 쌀이 없다면 안 된다”고 했다.
◆ 간호조무사 교육제도 개선
간호조무사 직역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교육제도 개선방향으로 ▲평생교육 학점은행제 ▲간호조무사 전공 전문학과 신설 등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간호조무사 교육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평생교육 학점은행제 등 개선방안이 특정직역의 이기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환자 눈높이에 맞춘 보건의료인의 자기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인력에 따른 수가 마련 필요
병원계도 진료에 투입되는 인력에 따른 수가 마련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또 간호조무사의 임금상승 기반에 직무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병원협회 조승연 노사협력특별위원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행위에 대한 수가가 아니라 투여 인력에 대한 수가로 보건의료 정책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라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적 요소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간호조무사 직무가치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직무가치를 중심으로 한 근무환경 개선이 정의 실현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간호조무사가 중요한 일을 하는 만큼 그에 대한 가치를 (임금 개선으로) 인정해 주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간무협도 진료에 투입되는 의료인력에 대해 별도로 지급하는 ‘인력수가’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해 간호조무사의 인력기준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이에 연동된 인력수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무협 전동환 기획실장은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소규모 직종들에 대한 인력수가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인력기준이 있어야 한다. 인력기준과 연동된 수가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기획실장은 “향후 만성질환 관리사업 등 국민들과 의사들 간 밀접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제도화 되면 간호조무사의 활용, 직무능력 향상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간호조무사의 교육개선이나 직무능력 향상 문제도 중요하다”고 했다.
◆ 정부는 신중한 입장
정부는 의료인력에 대한 인력수가를 별도로 마련하자는 제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 간 형평성을 고려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보건의료가 다양한 직역과 직종들이 모여 국민들에게 하나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그렇다보니 병원의 경우 의사 이외에 함께 힘을 이루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직접적으로 간호조무사들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병원 안에 다양한 의료기사 등 직종들이 있다”며 “의료서비스 자체가 종합해서 나타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런 부분이 같이 고민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 과장은 “건강보험 수가는 행위수가라고 하는데 지불체계의 장단점이 있고 하나의 방식으로만 고집하지는 않는다”며 “적절하게 여러 형태를 쓰고 있고 인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은 일반적 형태는 아니어서 고민 된다”고 했다.
양 과장은 “다만 전반적인 방향은 3차 상대가치개편에서 필수의료 중심으로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처치나 수술 등 (수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꾸준히 논의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간호조무사들이 여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예산도 증액해 나가고 있다. 같이 고려하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 근로기준법 ‘교육강화’
한편, 간무협은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6일까지 간호조무사 5,255명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준수여부를 비롯한 임금, 차별적 처우 등 57개 문항에 대해 실시한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근로기준법 준수와 관련해 위반율이 높은 항목은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위반이 30.5%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미지금 17.4%, 연차 휴가수당 미지금 51.4%,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50.6% 등의 순이었다.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는 간호조무사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기초고용실적에 속하고,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있어 매년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위반율은 30.5%로 높은 수준이다.
1차 의료기관의 위반율이 2차와 3차 의료기관에 비해 높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위반율도 30% 내외로 조사돼 강화된 관리 감독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인장기요양기관(89.4%), 사회복지시설(89.0%) 등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근로계약서에 대해 감독을 받는 기관의 근로계약서 준수율이 높았다.
또 임금명세서 교부율은 60.6% 수준으로 지난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보다 2.5%p 감소한 17.4%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산업 대비 최저 임금법 위반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4인 이하 사업장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여전히 높았다.
특히 경력이 10년 이상 되더라도 최저임금 이하 지급율이 50.6%에 달해 최저임금 수준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보건사회복지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295만원으로 간호조무사의 월평균임금은 72%인 213만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 전산업 임금인상률은 4.0%이지만 간호조무사 임금인상률은 절반인 1.9%에 그쳤다.
또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은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었고, 연간 휴가 사용일수도 7.6일로 법정 최저 휴가일수인 15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성희롱 및 괴롭힘 피해 여부와 관련해 성희롱 피해 경험은 18.3%, 괴롭힘 피해 경험은 34.6%였으나, 피해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응은 1% 내외에 불과했다.
실태조사를 시행한 노무법인 상상 홍정민 노무사는 “경력과 근속기간 등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 및 전문 교육기관 설립, 간호조무사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 등이 필요하며 건강보험 수가 적용 시 근속수당 반영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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