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구에서 17세 외상환자가 2시간 가량 수용병원을 찾지 못하고 도로를 헤매다 결국 사망한 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용 거부했던 4곳의 병원 중 1곳인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차인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현재까지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4일 해당 환자를 수용 거부했던 응급의료기관 4곳(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카톨릭대병원)에 대해 응급의료법에 따라 시정명령 및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복지누는 각 병원에 내린 행정처분 외에도 대구광역시에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를 기반한 이송지침을 마련하고, 응급의료체계 관련 협의체(지자체·소방·의료기관)를 구성해 지자체 내 개선을 권고했다. 여기에 이어 의료진 개인에 대한 처벌도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이 유력하지만 경찰은 A씨가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수용능력확인 등)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로 볼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A씨가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환자를 접수시키지 않았고, 그 결과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종합병원에 속하긴 하지만 정신과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자해 및 극단적 선택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다. 사건 당시에도 병원 측은 응급의료정보상황판에 ‘환자 수용 불가’라는 메시지도 공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19 구급대원이 해당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왔고, A씨는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뒤 ‘발목폐쇄골절이 의심되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병원 사정에 따라 환자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호자와 119구급대원에게 설명했고, 환자는 경북대병원으로 전원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119구급대원이 ‘환자가 뛰어내린 것인지 몰랐다’, ‘기억이 잘 나지 안흔다’ 등의 비협조적인 진술을 하고 있고, 심지어는 당시 119기록지 자체가 조회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경찰은 엉뚱하게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의료기관에 책임을 붇고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처분을 시행한 것에도 모자라 의료진 개인에게 과도한 수사를 펼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만약 향후 의료진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면 추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률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며, 남아있는 전문의들도 응급실 현장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