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시절 MRI 찍었다 하면 3번... 중소병원 중심으로 과잉검사 성행

서울에 위치한 중형규모 A병원은 2021년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 1451명에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검사를 실시했다. 그 중 98.1%에 해당하는 1423명에게는 뇌와 뇌혈관 특수촬영 등 3가지 이상의 MRI를 동시에 촬영했다. 이 같은 복합 촬영은 중증 환자에게 실시되는 검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의료 보장성 강화를 앞세워 3가지 종류까지의 MRI 복합촬영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자 단순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까지 병원이 중증 환자에게나 필요한 복합 촬영을 종용한 것이다.

6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두통·어지럼증’ 환자에게 MRI 검사를 진행한 의료기관 중 47.9%는 3종 이상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부분은 대형병원보다 중소형 병원에서 복합 촬영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30병상 이상의 병원은 57.5%, 100병상 이상의 병원은 51.5%였던 반면 오히려 중증 환자가 몰리는 상급종합병원(대형병원)의 경우 이 비율이 43.1%에 그쳤다.

지난 2018년부터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뇌·뇌혈관을 시작으로 눈·귀·안면과 복부·흉부, 척추 등까지 MRI 건보 기준이 차례로 확대됐다. 이런 조치로 인해 뇌MRI의 경우 환자 부담금이 병원급 기준 기존 42만 원 수준에서 11만 원까지 낮아졌다. 비용이 싸지자 검사를 희망하는 환자가 폭주했고, 병원들도 수익창출을 위해 검사를 적극 권유했다.

이로 인해 MRI 진료비는 2018년 513억 원에서 2021년 5939억 원까지 총 10배가 늘어났다. 특히 중소병원에서의 MRI 진료비가 급증했다. 30병상 이상 병원의 2021년 뇌MRI 진료비는 급여 확대 전인 2017년보다 6.6배 늘어 상급종합병원의 증가폭(1.7배)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관계자는 “MRI 기계를 여러번 돌리면서 건보로 수익을 올리고 환자도 ‘검사 확실히 했다’며 만족스러워 하니 중소형 병원에서 검사를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은 기본적으로 환자가 많다보니 시간상 MRI 검사를 늘리기 쉽지 않다고도 부연했다.

건보재정이 파탄에 가까워지자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케어’를 뒤집고 MRI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으로 뇌·뇌혈관 MRI를 찍을 때에는 신경학적인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야만 건보가 적용된다. 복합촬영도 뇌혈관 출혈 우려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2종류까지만 인정된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건보 보장률이 애당초 목표를 채우지도 못했고, 건보 지출만 늘린 문케어의 구멍을 보완해 현재 불필요한 곳에서 새고 있는 건보 재정이 필수 의료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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