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지’ 한다던 인제학원, 서울백병원 간호·일반 직원 부산 발령 논란

- 임금인상, 월세지원, 교통비, 이사비 등 지원하지만 ‘사실상 정리해고’ 논란
- 직원들 “부산 안가면 실업자되는 구조” 교수노조와 함께 소송준비

서울백병원을 폐원하기로 결정한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일반 직원과 간호사 등 고용을 지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성정했으나 이들을 수도권이 아닌 부산 지역으로 발령할 계획이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인제학원은 지난 11일 직원 노동조합과 진행한 축조교섭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에 따른 직원 안 전보 및 지원’을 공개했다. 언론에 공개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재단 측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 전원을 오는 9월 1일자로 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전보한다. 6월 기준으로 서울백병원의 구성원은 총 386명이다.

재단 측은 가까운 상계·일산백병원이 아닌 부산·해운대병원으로 전원하는 대신 임금, 월세지원, 교통비, 이사비까지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임금의 경우 부산·해운대백병원의 임금테이블을 적용해 서울백병원 대비 4.5% 상승한 금액을 제안했다. 급·호 등 제반사항은 동일하게 적용한다.

또, 이주를 완료할 때까지 2년간 월 30만 원을 월세 보조금 개념으로 지급한다. 1인당 최대 720만 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부산으로 이사를 할 경우에도 140만 원 상당의 이사비를 지원한다. 이는 4인 가족 평균 이사비이며, 9월 1일부터 2년 내 1회 지급한다.

3개월 동안 매일 50만 원을 교통비로도 지급한다. 이는 주 1회 한국고속철도(KTX) 왕복비를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인 12만 원을 4주에 걸쳐 지급하는 것이다.

이런 결정에 재단 측은 형제병원의 경영 상황을 파악하고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재단 측 관계자는 “형제 병원의 경영 상황을 파악한 결과 상계·일산백병원은 일반 직원들을 수용하기엔 여의치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불가피하게 부산지역으로 전보하는 안을 제안했다”며 “전보된 직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제시할 방침”이라거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에 대한 전보조치는 앞으로 논의될 예정”이라며 “교수와 직원들은 각각 노조가 있기 때문에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백병원 직원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이 터전인데 부산으로 발령하는 것이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직원 노조와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노동조합은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직원 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백병원 지부 김동민 지부장은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리해고를 하겠는 말이라고 밖에 되지 않는다. 일산·상계백병원 직원 퇴직이나 정년 사항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안을 확정해 통보했다”며 “재단본부 인력은 10년 사이 2~3배 증가했는데 이런 안을 제시한 것은 분통이 터진다”고 분노했다.

이어 “교수들과 우선 소송이라도 해서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송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제의대 교수노조 관계자는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으로 더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폐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일반 직원과 환자를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번 방안은 지방에 직원들을 발령하면 알아서 퇴사할테니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사무장병원도 이렇게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서울백병원 간호사들도 지난 13일 병원에 성명서를 걸고 재단을 규탄했다. 이들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부산으로 가지 않으면 실업자가 되란 말인가”라며 “제대로 된 신변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 전원과 뒷수습만을 요구하는 재단과 병원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가. 재단, 의료원장, 간호국은 간호사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재단본부를 서울 강남이 아닌 인제대가 있는 김해로 옮기라는 말도 나왔다. 직원들은 병원에 ‘니가 가라, 김해’,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재단아, 강남 말고 학교가 있는 김해로 가자’는 게시물을 부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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