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올해에만 전공의 10명 포기했다... 위기감 증폭

- “응급의학과 정부 해결책, 현장과 괴리감 높아” 우려
-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4년 만에 전공의 1/4로 급감한 전례 따를 것이란 예상도

대구 파티마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최초 진찰 후 정신병동이 있는 병원으로 전원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은 뒤 기소될 위기에 처해진 가운데 응급의학과가 소아과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 출처 :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올해에만 전공의 10명이 수련과정을 포기했고, 응급의학 전문의로 근무하던 20~30명이 개업을 하거나 타 직역으로 이탈했다”며 “하지만 정부의 해결책은 현장과 괴리가 매우 심하다. 응급의료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응급의학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미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응급실 관련 사건 사고가 늘어나면서 소아과가 이대목동병훤 사건 이후 지원율이 4년 만에 100%에서 1/4로 떨어진 것처럼 응급의학과도 급속도로 지원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16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3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지난 30년간 어렵게 쌓아온 응급의료체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응급환자가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하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정부와 경찰 등은 그 책임을 응급의료진에게 묻고 있어 응급의료진들의 대량 이탈과 지원율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송지연과 환자 거부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부족하거나 응급실 병상 부족이 아닌 배후 진료나 중환자실, 수술 인력의 부재 등 최종치료의 인프라의 부족으로 환자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훈 정책이사는 “이전에도 응급실에서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할 때 이송 지연과 연락, 병원 선정의 부담 등을 응급실이 져야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여기에 의사 혼자 근무하는 응급실이 전체 응급실의 50%를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이 상황 속 코로나19가 터졌고, 이후 119의 사전 수용 여부 확인이 일반화되면서 덮어뒀던 문제들이 심화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19 구급대가 사전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을 때 응급실 이전에 경험적으로 문제가 됐던 입원, 수술 등 최종치료가 어려워 보이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고지하기 시작했다”며 “명백한 잘못이 없음에도 민사, 형사 소송 등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판결이 반복적으로 나오며 중증이나 사망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에 의료진이 소극적인 진료와 방어진료 기조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응급실이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장려할 대책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고, 응급실의 환자 수용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속에서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환자를 책임지기 싫어한다는 식의 언론보도와 환자를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 하겠다는 정부의 대처방식은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좌절과 분노만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이번 사건 이후 모 교수가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으면 타과 전문의가 응급실을 보면 된다고 답했는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인해 응급의료 질이 올라간다는 것은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응급의학과가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1994년 삼풍백화점 사고처럼 트라이지 없이 환자가 밀려드는 대혼돈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이는 국민 안전과 건강에 큰 위해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모든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기조의 정책과 사회 분위기에 더해 응급의학과의 역할마저 부정해버리는 듯한 일부 의료계의 분위기는 이미 많은 전공의들을 수련 포기로 내몰고 힘겹게 현장을 버티던 전문의들도 번아웃과 허탈감, 좌절 등으로 인해 현장을 이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개원비율을 약 10% 이상으로 집계하고 있었다. 이날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도 개원 심포지엄이 마련돼 의사회 회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형민 회장은 “캐나다, 호주 등 해외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다면 응급실 문을 닫는다. 응급의학과가 없으면 응급환자는 죽는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환자를 빠르게 진단하고 무슨 과에 보낼지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며 “응급실의 결정권자로서 내와과 외과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를 볼 수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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