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여동 땅 구청에 기부하려다 취득세 폭탄에 기부 의사 철회
- 세금 감면 불가능유족인 탓에 고스란히 내야해
부산 해운대구에서 수십년간 살다가 숨을 거둔 어르신의 유족이 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해운대구청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지만 세금 문제로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취득세 감면을 요청했지만 해운대구청은 현행법상 세금 감면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에 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24일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해운대구 재송동에 거주하던 고 김 어르신의 유족은 최근 구청에 토지 기부 철회 의사를 밝혀왔다. 유족 측은 지난해 12월 최초 기부 의사를 밝힌 뒤 취득세 관련 납부로 협의를 이어가다 결국 의사를 철회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별세한 어르신의 유족은 반여동 산 153번지, 산 205-1번지 일대의 1만 3453㎡ 토지를 구청 측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은 해운대구청에 취득세 면제 방안이 있는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청은 지방세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법령과 행정안전부 질의 사례를 모두 검토한 결과 취득세 면제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김 어르신의 토지를 기부하기 위해선 유족 중 한 명이 취득세를 납부한 후 해운대구청에 기부해야 한다. 해당 토지의 취득세는 1600만 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시가 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하는데도 취득세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유족 측은 결국 해운대구청 측에 기부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해운대구청은 구 의회에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산림 기부채납 철회에 따른 토지 취득 취소)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구의회도 지난달 21일 본회의를 열고 관리계획안을 의결했다.
해운대구청은 유족 측의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족이 기부 의사를 밝혀온 토지는 반여동 제3근린공원을 조성하게 될 때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었고, 오봉산 둘레길과 연계해 지역 주민의 쉼터로도 조성이 가능해 기대를 모았었다. 해운대구는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면서 행안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유족이 기부하려고 했던 초지는 활용도가 매우 높은 토지여서 구청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유족이 충분히 상의한 뒤 내린 결론이라 그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혹시라도 나중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세 관련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행안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안부 측은 현행 법령상 세금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한 뒤 기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해운대구청으로 관련 내용을 전달 받으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취득세는 취득이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발생한다”며 “기부자가 부동산을 먼저 취득한 후 기부하거나 증여하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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