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분만사고임에도 10억 원대 손해배상 판결... “인프라 붕괴 위험”

- 산부인과학회, 불가항력 사고에 대한 국가책임보상제 확대 요구
- 현행 국가보상 최대 금액 3000만 원... “10억 원대 소송 즐비한 판국, 보상액 늘려야”
-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분만 인프라 붕괴될 것”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로 인해 10억 원대 소송이 잇따르고 실제로 배상 판결까지 내려지자 의료계에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산부인과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의 부담을 의료진 개인이나 의료기관에 전가하면 분만 의료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일 성명을 통해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제도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9월 15일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 소송의 현실’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도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분만은 본질적으로 내재한 위험성으로 산모나 태아의 사망, 신생아 뇌성마비 등 원치 않은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한다. 이는 피할 수도 없고, 그 원인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한 의료진에게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고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필수의료 살리기’가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다”며 “선의의 의료행위 후에 발생한 일부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누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 방중신 이사장은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분만 인프라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란’과 ‘파업’에 고통받는 소아청소년과의 위기가 산부인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현행 국가보상제는 보상 액수가 최대 3000만 원에 그친다. 소송 규모가 10억 원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렵다”며 “국가 보상액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부작용을 국가가 보상한 전례가 있지 않느냐. 저출산 시대에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도 의사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며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분만을 담당할 산부인과 의사가 사라지고 분만할 병원도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지금이야 말로 국가가 필수의료를 위해 나서 분만 인프라를 강력하게 보호해야 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최근 분만 과정에서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무거운 책임을 물리는 판결이 잇따라 산부인과의 걱정이 크다”며 “분만 현장을 지키던 이들은 떠밀리고 젊은 의사들은 분만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이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 불가항력한 결과까지 가혹한 책임을 물리는 대신 국가가 이를 보상하고 분만 인프라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분만하는 의사도 병원도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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