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환자를 위해 바쳐온 ‘빅5’ 상급종합병원 교수가 정년을 앞둔 채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평소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며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날까지 수술과 진료 일정을 모두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의료진의 정신건강관리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많은 업무량에 노출되어 있는 의료진은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의료종사자라는 시선과 환경 속에 이를 적절히 관리받거나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명 ‘빅5’라고 불리는 서울 소재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종사하는 한 교수가 31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교수는 30일까지도 평소와 같이 진료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 의료진은 “힘든 수술에도 항상 열정적으로 임하셨고, 당장 다음달 진료일정까지 꽉 차 있을만큼 환자들이 매우 신뢰하던 의사”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사정상 격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의료진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2022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343명과 일반 직장인 2만 3920명을 조사한 연구 결과 20대 의사의 ‘번아웃’ 비율은 21.4%로 일반 동년배 직장인(14.6%)보다 30%이상 높았다. 우울증 의심군 비율 또한 의사(9%)가 일반 직장인(6%)에 비해 크게 높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번아웃 증후군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번아웃을 겪기 쉬운 의료진의 원활한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선 사회적 인식이 서둘러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에 그쳐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들에 비해 5분의 1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신과 문턱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여전히 높고, 의료진들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비춰지고 있다.
노재성 한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노동부회장은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주 우호적이지 않은 것에 더해 의사나 의료진들은 정신과를 더욱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편견에 더해 환자를 안심시켜야 하는 의료진들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밖으로 표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게 정신건강관리체계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동료들이 나의 진료기록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의료진의 정신과 이용률을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병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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