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분만병원이 없는 현실... 산부인과 붕괴, 국가가 살려야

- 복지부, 산부인과학화·의사회 간담회 통해 현장 의견 청취
- 산부인과, 정부 대책 현실성 떨어져.. “저수가부터 먼저 해결”

대부분의 필수의료들이 붕괴 위기에 놓인 가운데 무너져가는 산부인과, 특히 분만 인프라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저수가를 해결하고, 수십억 원을 배상하는 의료소송 기조도 해결해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가 현재 내놓고 있는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출처 : MBC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박민수 제2차관의 주재로 진행한 산부인과 간담회에서 분만인프라 보호와 필수의료 현안 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참석했다.

정부는 연초 필수의료지원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정책 수가 도입과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 확대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는 정부의 이런 대책이 의료 현장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실효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산부인과 정책수가 중 하나로 펼치고 있는 지역가산제이다. 대상 지역은 분만 수가를 100% 가산하는 것인데 분만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울과 지역 광역시는 제외됐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대도시는 분만 건수가 많으니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라며 “서울 강남구에도 분만 병원이 한 곳도 없더. 분만 수가가 워낙 낮아 강남의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도시 중심지에서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도시를 제외하고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지역가산 개념보다는 분만 관련 필수의료 비용을 함께 인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상 수준도 100%가 아닌 300~500%는 되어야 한다”며 “분만 인프라 위기는 저수가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관계자들은 저수가로 인해 젊은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있고, 병원이 해당 과를 축소 및 폐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분만 현장을 꿈꾸는 의사들도 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수가 수준으로는 한국 내 의료기관들이 산부인과 의사를 고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부인과 관련 수가를 전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응급실이 아닌 분만실에서 진료하는 경우도 응급관리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위험산모 및 태아집중치료실의 수가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 산부인과 특수성을 고려해 토요일 오전 분만·수술에도 공휴일 가산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에 산부인과 요청을 받아들여 지역수가 지원 방안을 수정·보완하기로 하기로 결정했다. 대학병원 MFICU와 고위험 수술 보상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와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를 각각 중증모자의료센터, 일반모자의료센터(가칭)으로 개편하고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전했다. 행위별 수가 인상과 함께 추가적인 보상 제도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부인과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의료사고 소송 문제도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형사 재판에서 특례를 주기보다는 민사 소송에서 의사·의료기관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다.

산부인과는 의료사고 민사 소송에서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판명될 경우 국가가 배상액 전액을 지급하는 완전한 형태의 ‘국가 책임제’를 원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1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가 보상 상한은 수년째 3000만 원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국가 배상 규모를 수가 수준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료사고 민사 소송에서 의료 과실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보다 명확한 복지부 가이드라인 수립도 제안됐다.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의사·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방어책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의료 행위에 대한 사법부 이해를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의사 개인이 보상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과실과 무과실을 가르기 보다는 필수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쁜 결과는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한다는 인삭 하에 보상 체계를 두텁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산부인과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조속한 정책 시행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당수 분만 의료기관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부 지원 정책을 기대하며 현장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견고한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을 때"라고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분만 인프라를 비롯해 필수의료 분야를 되살릴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박민수 차관은 "안전한 임신·출산을 위한 진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의료질 향상을 위해 현장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이번 간담회 이후로도 의료계 다양한 단체와 간담회를 지속해 나가며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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