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생의 수도권 이탈, 지방대 운영난 가속화시킨다

- 고신대 비롯 지방 의대들 파영운영... 수도권 의대로 의대생 유출도 갈수록 많아져
- “의과대학 운영은 부속병원 재정지원으로 운영... 등록금 줄어든다고 증액 안 해줘”
- 의과대학 교수들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원 해야” 강조

최근 고신의대가 교수진에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의 파행 운영으로 논란이 되며 지방의대들의 재정난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신의대의 파행 운영의 핵심은 대학본부의 재정위기에 있다. 전체 입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등록금 재원에 구멍이 생겼고, 의과대학들마저 예기치 못한 이탈이 늘어나며 재정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실 고신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대학들이 입학생을 채우지 못해 등록금 자체가 감소하고, 그에 따른 재정 위기에 몰리면서 의과대학까지 영향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고신의대에서도 의대 교수들이 대학 본부와 의대를 결별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본부의 재정 위기가 의과대학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의과대학 자체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과거 의과대학은 지방대학이라고 하더라도 최상위권의 상징과도 같았고, 이탈자가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타 의과대학으로의 이탈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에 따르면 여전히 입학 경쟁률은 치열할만큼 늘 정원을 가득 채워 입학시키지만 재학 도중 재수 혹은 반수 등을 선택하면서 중도 탈락(자퇴, 휴학 등)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빈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등록금에도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부산의대 박철훈 학장은 “지방 의과대학에서 재수 및 반수를 통해 수도권 의과대학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꽤 있다”면서 “최근 몇년 새 이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지방의대들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핵상 정원이 100명 이상인 대형 의과대학들은 4~5명이 빠져나가도 버틸 수 있지만 정원 자체가 40명 수준인 대부분의 지방 의과대학들에선 4~5명이 빠져나가면 10%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이다.

정 학장은 “의과대학은 등록금 예산으로만 운영할 수 없어 부속병원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병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지만 등록금 예산이 줄어든 만큼 증액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정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방의대에서 수도권 의과대학으로 이탈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한 의과대학 학장은 “의대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발전기금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 의대 학장의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씁쓸하다고 전했다. 대학병원에서 지원 받는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 의대 등록금까지 줄어들면서 이를 충당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랑을 지닌 학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과대학 운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 졸업 후 GME 교육에 소요되는 재정을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미국 연방정부가 이들에 지원하는 금액은 2014년 기준으로 연간 총 150억 달러 이상이며 대부분 미국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지출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 이종태 소장은 “한국도 의과대학 교육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 “복지부, 교육부 정부부처를 떠나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환인 만큼 이는 일개 대학에서 맡을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같은 이유로 해외에서 의대 교육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의대 학생들이 병원 실습과정을 밟는 것을 예로 들며 대학병원에서 실습 학생을 교육시키려면 그만큼 신경 써야 하는데 의료환경은 여의치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의료진 부족 등으로 임상 교수들이 진료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면서 학생 실습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고, 그럼에도 의대 교수들은 희생하며 실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일절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장철훈 학장 또한 "의대 국가고시 실습과정에서 의대교수를 투입하는 시간을 따져보니 총 7천 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의대교수에 대한 보상은 없다"면서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양질의 교육을 하려면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과거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버티면서 의대교육을 유지해왔던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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