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14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개최해 초진 확대, 재진 환자 기준 등 논의
- 다양한 직역간 찬반 논쟁으로 첨예하게 대립... 사고 시 법적 책임소재 핵심 쟁점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시행했다가 종료된 비대면진료를 지난 6월부터는 대폭 축소해 시범사업 형태로 실시하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의 현재 시행건수는 월 14~15만 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당시 한시적 비대면진료 때와 비교하면 월 평균건수가 62~69%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대상 환자를 확대해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고 6~7월 두달치 통계를 공개하며 초진 범위 확대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 6월 비대면 진료 실시분은 7월 심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6월은 8월 9일까지 접수건을 기준으로 했다.
복지부가 공개한 통계치에 따르면 시범사업으로 전환된 첫 달인 6월에 15만 3339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고, 7월에는 13만 8287건이 실시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당시(22만 2404건)와 비교하면 62~69% 수준이다.
비대면 진료의 99.9%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시됐다. 의원급에서는 6월 기준 재진 환자 비중이 82.7%로 17.3%에 그친 초진환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진 환자들 중 절반에 가까운 48.6%가 만성질환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월 기준으로 고혈압 환자가 21%로 가장 많았고, 급성 기관지염(9.4%), 당뇨병(6.2%), 코로나19(3.4%), 감기(2.3%)순이었으며, 연령대별로는 50~60대가 32.2%, 0~9세 소아환자가 12.4%로 그 뒤를 이었다. 진료과별로는 내과가 37.8%로 가장 많았고, 일반의 29.2%, 소아청소년과 13.9% 였다.
이날 복지부는 해당 자료를 공개하면서 그동안의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수렴한 현장의 의견을 공유했다. 대표적으로 초진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환자가 다녔던 의료기관을 휴일 및 야간에 가지 못해 비대면 진료가 원천 봉쇄된다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만성질환자의 경우 대면진료 후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곳에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재진 환자 기준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장 민원을 종합하자면, 초진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재진 환자 기준 개선 등이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공청회 참석자들 중 환자도, 의료계도 초진 대상 확대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부회장은 “산업적, 경제적 활성화보다는 안정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초진은 절대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도 “100명의 환자를 잘 보다가 1명의 환자를 잘못보면 형사처벌을 받는 세상이다”라며 “초진 확대는 겉으론 좋아보이지만 간단한 질병이라면 모를까 한명이라도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초진 확대는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과 전문의 400~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코로나19 시기에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에 나선 비율이 73%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43%만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95%는 초진 불가를 강조하고 있다. 왜 내과의사들이 초진을 불가하다고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 단체들 역시도 의사들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굳이 야간이나 공휴일에 초진을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초진 범위 확대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정말 환자, 소비자의 요구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보다 약 배송, 병원급 이용이 더 큰 관심사가 아닌가. 의료취약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접근성이 보완될 필요가 있는 곳으로 조정해 가야 한다”며 “재진 기준도 만성질환은 1년에서 6개월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산업계는 자체 데이터를 공유하며 어려움에 처해있는 산업 현실을 토로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주요 비대면 진료 플랫폼 3사 자료를 설명하며 일 평균 진료 완료권수가 262건에 그쳐 시범사업 이전과 비교해 95% 이상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29개 플랫폼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비대면 진료에서 손을 뗐다.
플랫폼으로 비대면 진료를 요청한 환자 100명 중 15명이 진료를 완료받고 있으며 대상자 확인과 진료 취소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고도 했다.
장 회장은 “전체 진료 중 비대면 진료는 0.17%에 불과하다”며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비대면 진료가 발전하기 위해선 의료인의 과학적, 의학적 판단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의료계가 주도하고, 정부가 관리하고 산업계가 지원하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정은 “정부가 전체를 보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현재 의료법상 존재하고 있지 않는 형태이기 때문에 통계를 얻을 수 없고 산업계에 요청할 법적 근거도 없다. 법이 조속히 마련돼 전반적인 통계를 갖고 정책에 임할 수 있으면 확실한 근거가 있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범사업에 대한 다양한 직역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열린 공청회에서는 여러차례 고성과 언쟁이 오가며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보니 충돌하고, 대립했던 탓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공청회 패널로 나서 발언하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를 향해 “소아청소년 아이가 비대면 진료로 사망하게 됐을 때 그 발언에 대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자신이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앞서 권 교수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비대면 진료의 안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근거 창출 노력에 더욱 나서야 하며, 야간 휴일 초진 확대 문제와 관련해서도 어떻게든 대상을 만들어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 교수는 임 회장의 지적에 불쾌하다는 듯 “소청과의사회장이면 공청회에서 말귀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지 않느냐”며 “답변할 가치를 못느끼겠다”고 말했다. 이에 임 회장은 “질의에 대한 대답을 하라”며 설전을 벌였고, 좌장을 맡은 윤건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또,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과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도 충돌했다. 권 회장은 “닥처나우에 들어가서 비대면 진료를 요청해보면 수도 없는 단계가 있다”며 “계도 기간이 끝난 후인 9월 이후에도 약 배송과 초진을 하고 있다. 의사들을 자동 배정하고 약국 자동 매칭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이사는 “약사회의 압박으로 제휴 의사들이 부담을 갖는 측면이 있어 환자에게 약국 선택권도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약사회가 아닐 것으로 믿지만 특정 집단에서 조직적으로 자료 신청을 하고 테스트를 해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정 인물이 하루에도 여러 의료기관을 반복해서 진료한다. 고통스러운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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